피에몬테의 가을을 대표하는 식재료 가운데 하나는 밤이다. 특히 **쿠네오(Cuneo)**를 비롯한 산악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품질 좋은 밤이 생산되어 왔으며,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전통 음식과 디저트가 발달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고급스러운 디저트가 바로 **마론 글라쎄(Marron glacé)**다.
마론 글라쎄는 큰 알밤을 껍질째 삶아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질한 뒤, 여러 날에 걸쳐 설탕 시럽에 반복해서 졸이고 말려 만드는 전통 당과다. 마지막에는 얇은 설탕 코팅이 입혀져 은은한 윤기가 흐르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완성된다.
이 디저트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밤은 조금만 잘못 다뤄도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삶는 과정부터 시럽에 담그는 과정까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설탕 시럽의 농도를 조금씩 높여 가며 며칠 동안 반복해 졸여야만 밤 속까지 자연스럽게 단맛이 스며들고, 겉에는 반짝이는 유약 같은 광택이 생긴다.
마론 글라쎄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모두에서 사랑받는 디저트다. 이름은 프랑스어에서 유래했지만,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피에몬테에서는 오래전부터 제과 문화의 영향을 받아 널리 만들어졌다. 특히 쿠네오 지역은 밤 산지로 유명해 가을이면 밤 축제가 열리고, 다양한 밤 디저트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예전에는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해 귀족들의 디저트로 여겨질 만큼 귀한 음식이었다. 지금도 일반 사탕처럼 여러 개를 한꺼번에 먹기보다는 좋은 커피나 디저트 와인과 함께 천천히 음미하는 고급 디저트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몽블랑, 케이크, 젤라토의 토핑으로도 많이 활용되지만,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마론 글라쎄 자체를 그대로 즐기는 것이다. 밤 본연의 은은한 풍미와 설탕 시럽의 깊은 단맛이 조화를 이루며, 가을의 정취를 그대로 담아낸다.
피에몬테의 숲과 장인의 정성이 만들어 낸 작은 보석. 마론 글라쎄는 단순한 밤 디저트가 아니라, 가을을 가장 우아하게 표현한 전통 돌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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