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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브릭 디 파타테, 남은 감자를 황금빛 전채요리로 바꾼 피에몬테의 지혜

피에몬테 전채요리 시리즈의 마지막 음식은 **수브릭 디 파타테(Subric di patate)**다. 삶은 감자나 남은 감자 퓌레에 달걀과 치즈를 섞어 작고 납작하게 만든 뒤, 버터를 두른 팬에서 노릇하게 익히는 피에몬테식 감자전이다.완성된 모습은 감자 크로켓과 비슷하지만 만드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크로켓은 달걀물과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푹 담가 튀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수브릭은 빵가루를 입히지 않고 밀가루만 가볍게 묻히거나 그대로 모양을 잡아 팬에 굽듯이 지진다.모양도 길쭉한 크로켓보다는 작은 원형이나 타원형으로 납작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겉에는 황금빛의 얇고 바삭한 껍질이 생기지만, 안쪽은 감자 퓌레처럼 부드럽고 촉촉하게 남는다.수브릭(Subric) 또는 **수브리크(Subrich)..

이탈리아 요리 2026.07.16

플란 디 카르디, 겨울 채소 카르도를 담은 피에몬테식 플란

피에몬테의 전채요리 가운데 부드럽고 우아한 음식으로 **플란 디 카르디(Flan di cardi)**가 있다. 카르도를 삶아 곱게 다진 뒤 달걀과 치즈, 베샤멜소스 등을 섞어 틀에 넣고 오븐에서 익힌 짭짤한 채소 플란이다.이름만 들으면 캐러멜을 얹은 달콤한 디저트 플란을 떠올릴 수 있지만, 이탈리아 요리에서 플란은 달걀과 채소, 치즈를 섞어 틀에 넣고 익힌 짭짤한 요리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탈리아어로는 **스포르마토(Sformato)**라고도 부른다. 틀에서 꺼내 접시에 담는다는 의미를 지닌 요리로, 수플레보다는 단단하고 키슈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이다.카르도(cardo)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채소다. 영어로는 카둔(cardoon)이라고 하며 아티초크와 같은 계열의 식물이다. 겉모습은 크고 두꺼운 셀러리..

이탈리아 요리 2026.07.16

인살라타 루사 알라 피에몬테제, 피에몬테식 러시아 샐러드

피에몬테의 전채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인살라타 루사 알라 피에몬테제(Insalata russa alla piemontese)**다. 이름 그대로 해석하면 ‘피에몬테식 러시아 샐러드’라는 뜻이다.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자른 감자와 당근, 완두콩을 익힌 뒤 마요네즈에 버무려 차갑게 먹는다. 재료와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피에몬테의 전통 식당에서 여러 가지 안티파스토를 주문하면 자주 등장하는 음식이다. 크리스마스나 새해, 부활절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날에도 흔히 볼 수 있다.처음 이름을 들으면 러시아에서 그대로 전해진 샐러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음식의 유래를 둘러싼 이야기는 주빠 잉글레제만큼이나 복잡하다. 러시아에도 비슷한 샐러드가 존재하지만, 그곳에서는 ‘러시아 샐러드’..

이탈리아 요리 2026.07.16

링구아 알 바녯 베르드, 부드러운 소혀와 피에몬테식 초록 소스

피에몬테의 전채요리를 소개하면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음식인 **링구아 알 바녯 베르드(Lingua al bagnet verd)**를 빼놓을 수 없다. 링구아는 이탈리아어로 ‘혀’를 뜻하며, 요리에서는 주로 소혀나 송아지 혀를 가리킨다. 푹 삶은 소혀를 얇게 썰고 피에몬테의 전통적인 초록 소스인 바녯 베르드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나는 이탈리아에 와서 소혀를 처음 맛봤다. 한국에서는 소혀가 익숙한 식재료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약간 망설였지만, 한번 맛본 뒤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겉모습에서 상상했던 것과 달리 오랫동안 푹 익힌 소혀는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며, 일반적인 살코기보다 촉촉하고 진한 맛을 지니고 있었다.우리 집에서는 보통 고기 국물을 만들 때 소혀를 함께 넣어 푹 익힌다. 충분히..

이탈리아 요리 2026.07.16

토미니 엘레트리치, 입안에 짜릿한 전기를 일으키는 피에몬테 치즈

피에몬테의 전채요리에는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토미니 엘레트리치(Tomini elettrici)**다. 직역하면 ‘전기 토미노들’이라는 다소 엉뚱한 이름이 된다.물론 치즈에 실제로 전기가 흐르는 것은 아니다. 고추와 향신료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매운맛이 입안을 찌릿하게 자극한다고 해서 ‘엘레트리치’, 즉 전기처럼 짜릿하다는 이름이 붙었다. 여러 개의 작은 토미노를 사용하기 때문에 복수형인 ‘토미니 엘레트리치’라고 부르며, 하나만 가리킬 때는 **토미노 엘레트리코(Tomino elettrico)**라고 한다.토미노는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작고 둥근 치즈다. 소젖이나 염소젖 또는 두 가지를 혼합한 우유로 만들며, 생산 지역과 숙성 기간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진다. 갓 만든 토미..

이탈리아 요리 2026.07.16

페페로니 콘 바냐 카우다, 달콤한 파프리카와 진한 앤초비 소스의 만남

피에몬테의 전채요리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음식이 **페페로니 콘 바냐 카우다(Peperoni con bagna càuda)**다. 구워서 부드러워진 파프리카에 마늘과 앤초비로 만든 따뜻한 바냐 카우다 소스를 곁들인 음식이다.먼저 이탈리아어의 **페페로니(peperoni)**는 영어권에서 흔히 말하는 매콤한 소시지 ‘페퍼로니’가 아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우리가 파프리카 또는 피망이라고 부르는 채소를 가리킨다. 따라서 페페로니 콘 바냐 카우다는 소시지 요리가 아니라 파프리카를 이용한 피에몬테식 전채요리다.바냐 카우다는 피에몬테 방언으로 ‘따뜻한 소스’ 또는 ‘뜨거운 목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소금에 절인 앤초비와 마늘을 올리브오일에 천천히 익혀 만드는 소스로, 원래는 여러 사람이 따뜻한 소스 주변에..

이탈리아 요리 2026.07.16

바다 없는 피에몬테의 멸치 전채요리, 아츄게 알 베르데

피에몬테의 대표적인 전채요리 가운데 하나가 **아츄게 알 베르데(Acciughe al verde)**다. 소금에 절인 앤초비를 깨끗하게 손질한 뒤, 파슬리를 듬뿍 넣은 초록색 소스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피에몬테 방언으로는 **안초베 알 베르드(Anciove al verd)**라고도 부른다.처음 이 음식을 접하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바다와 접하지 않은 피에몬테에서 어떻게 멸치 요리가 전통음식으로 자리 잡았을까?그 배경에는 리구리아 해안과 피에몬테를 연결하던 옛 교역로인 **소금길(Via del Sale)**이 있다. 이 길을 따라 소금과 함께 소금에 절인 앤초비도 알프스를 넘어 피에몬테로 들어왔다.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에도 오래 보관할 수 있었고, 적은 양만으로 음식에 강한 감칠맛을 더할 수 있..

이탈리아 요리 2026.07.16

피에몬테 알바의 생소고기 요리, 까르네 크루다 알랄베제

피에몬테의 두 번째 전채요리로 바냐 카우다를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불을 사용하지 않고 좋은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는 **까르네 크루다 알랄베제(Carne cruda all’Albese)**를 소개한다.이름을 그대로 풀이하면 carne cruda는 생고기, all’Albese는 알바식이라는 뜻이다. 즉, 알바식 생소고기 요리다.알바는 피에몬테 남부의 랑게 지역에 있는 도시다. 흰 송로버섯과 바롤로·바르바레스코 와인, 헤이즐넛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곳이지만, 품질 좋은 소고기를 이용한 생고기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생으로 먹는 피에몬테 소고기피에몬테는 소고기의 품질이 뛰어난 지역으로 유명하다. 특히 **라차 피에몬테세(Razza Piemontese)**는 근육이 잘 발달하면서도 지방이 적고 육질이 부드러..

이탈리아 요리 2026.07.16

피에몬테 음식 여행의 시작, 따뜻한 소스 바냐 카우다

다음으로 소개할 이탈리아 지방은 **피에몬테(Piemonte)**다.피에몬테는 이탈리아 북서부에 있으며 프랑스와 스위스를 이웃으로 두고 있다. 알프스산맥이 지역의 북쪽과 서쪽을 감싸고 있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길목이기도 하다.피에몬테라는 이름을 프랑스어 Piémont의 ‘피에(Pied, 발)’와 ‘몽(Mont, 산)’으로 풀이하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프랑스어에서 직접 유래했다기보다 중세 라틴어 **페데몬티움(Pedemontium 또는 Pedemontis)**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의미는 ‘산기슭’ 또는 ‘산 아래’로, 알프스산맥 아래에 자리한 이 지역의 지형을 그대로 나타낸다. 이탈리아어 Piemonte와 프랑스어 Piémont 모두 같은 라틴어 어원을 공유한다. 피에몬테 이름의 어원피에..

이탈리아 요리 2026.07.16

베네토 음식의 마지막, 빠니노 꼴 빠스틴

베네토 음식 시리즈의 마지막은 길거리 음식인 **빠니노 꼴 빠스틴(Panino col pastin)**이다.얼핏 보면 작은 햄버거나 평범한 빠니노처럼 보이는 음식이다. 둥근 빵을 반으로 갈라 납작하게 구운 고기를 넣는 모습이 햄버거와 무척 닮았다. 하지만 빵 안에 들어가는 고기는 일반적인 햄버거 패티가 아니라 벨루노의 전통 음식인 **빠스틴(Pastin)**이다.베네토라고 하면 베네치아와 운하, 해산물 요리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북쪽으로 올라가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벨루노와 돌로미티 지역에는 산악지대의 추운 기후에 맞게 발달한 고기와 치즈, 폴렌타 중심의 음식문화가 있다. 빠니노 꼴 빠스틴은 바로 이러한 베네토 북부의 맛을 보여주는 음식이다.햄버거 패티와 다른 빠스틴빠스틴은 돼지고기와 소고..

이탈리아 요리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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