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알프스 산골이 만든 메밀 파스타, 피초께리 디 발텔리나

corita40019 2026. 7. 12. 21:49

회사 식당에서 처음 이름을 보고 주문했던 음식이 있다. 바로 **피초께리 델라 발텔리나(Pizzoccheri della Valtellina)**다. 이름도 생소했고, 무엇보다 '메밀로 만든 파스타'라는 설명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메밀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왠지 친숙함이 느껴진다. 메밀국수와 메밀전병처럼 메밀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나온 피초께리는 내가 예상했던 파스타와는 전혀 달랐다. 메밀면에 감자와 사보이 양배추, 치즈, 버터가 듬뿍 들어간 한 그릇은 오히려 따뜻한 산악 지방의 가정식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감자가 많이 들어가서 막 만들었을 때는 부드럽고 고소하지만, 시간이 지나 식으면 전분과 치즈가 굳어 떡처럼 단단해진다. 그래서 이 음식은 무엇보다 뜨거울 때 먹어야 가장 맛있는 요리다.

발텔리나(Valtellina)는 롬바르디아 북부, 스위스 국경과 맞닿아 있는 알프스 계곡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밀라노나 코모호수, 돌로미티를 찾지만, 발텔리나는 겨울 스포츠나 산악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지역이라 한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미식가들에게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곳은 **브레사올라(Bresaola)**의 고장이며, 카세라(Casera) 치즈, 비텔토네 와인, 그리고 무엇보다 메밀을 이용한 전통 음식으로 유명하다.

알프스 산악지대는 기후가 춥고 경작지가 많지 않았다. 밀은 재배하기 어려웠지만 메밀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랐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중요한 식량이 되었다.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은 메밀을 이용해 파스타를 만들고, 빵을 굽고, 폴렌타까지 만들어 먹으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식문화를 발전시켰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피초께리다. 일반적인 파스타처럼 밀가루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메밀가루를 섞어 만든 넓고 짧은 면을 사용한다. 여기에 감자와 사보이 양배추를 함께 삶고, 발텔리나의 대표 치즈인 카세라와 버터, 마늘, 세이지를 더해 완성한다. 재료는 단순하지만 한 입 먹으면 메밀의 고소함과 치즈의 깊은 풍미가 어우러져 다른 이탈리아 파스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매력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변형 레시피도 있지만, 전통 방식은 **발텔리나의 작은 마을 뗄리오(Teglio)**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이곳에는 지금도 **'아카데미아 델 피초께로(Accademia del Pizzocchero di Teglio)'**가 있어 정통 레시피를 보존하고 있을 정도로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이 큰 음식이다.

이번 글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발텔리나의 메밀 요리들을 하나씩 소개해 보려 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당연히 이 지역을 대표하는 피초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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