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나폴리 대표 돌체 ③ 파스티에라 나폴레타나 (Pastiera Napoletana)

corita40019 2026. 7. 14. 17:42

나폴리를 대표하는 돌체를 이야기할 때 바바와 함께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파스티에라 나폴레타나(Pastiera Napoletana)**다.

처음 맛보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리코타 치즈와 삶은 밀알, 그리고 오렌지꽃 향이 어우러진 풍미는 다른 케이크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한 맛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번 맛보다 보면 은은하게 퍼지는 향과 부드러운 식감, 씹을수록 고소한 밀알의 식감이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 역시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나폴리를 대표하는 가장 품격 있는 전통 돌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파스티에라는 **부활절(Pasqua)**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나폴리 전통 디저트다. 오늘날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파스티체리아에서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원래는 부활절을 앞두고 가족들이 함께 만들어 나누어 먹던 특별한 음식이었다.

파스티에라의 유래에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장 유명한 것은 **바다의 요정 파르테노페(Partenope)**의 전설이다.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준 파르테노페에게 나폴리 사람들이 밀, 리코타 치즈, 달걀, 오렌지꽃, 설탕, 향신료 등을 감사의 의미로 바쳤고, 신들이 그것을 하나의 케이크로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설은 나폴리의 수도원에서 수녀들이 부활절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밀알은 풍요와 새로운 생명을, 달걀은 부활을, 오렌지꽃은 봄과 희망을 상징하며 각각의 재료에는 종교적이고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파스티에라의 가장 큰 특징은 **삶은 밀알(Grano cotto)**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리코타 치즈와 달걀, 설탕, 설탕에 절인 오렌지 껍질(칸디티), 오렌지꽃수(Acqua ai fiori d'arancio)를 넣어 만든 필링을 쇼트크러스트 반죽에 담아 천천히 구워 완성한다.

흥미로운 점은 파스티에라는 갓 구웠을 때보다 하루나 이틀 정도 숙성시킨 뒤 먹는 것이 더 맛있다는 것이다. 숙성되는 동안 재료의 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풍미가 한층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폴리 사람들은 부활절보다 며칠 먼저 만들어 두었다가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나폴리에는 "집집마다 파스티에라 레시피가 하나씩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정마다 조금씩 다른 비법을 가지고 있다. 어떤 집은 계피를 넣고, 어떤 집은 바닐라를 더하며, 또 어떤 집은 칸디티를 듬뿍 넣기도 한다. 하지만 삶은 밀알과 리코타 치즈, 오렌지꽃 향만큼은 전통 파스티에라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재료다.

파스티에라는 단순히 달콤한 디저트가 아니다. 부활과 새로운 시작, 그리고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상징하는 나폴리의 문화가 담긴 특별한 음식이다. 그래서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나폴리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부활절을 대표하는 돌체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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