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Veneto) 지방의 전통 음식을 소개해 본다.
베네토는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발전한 지역답게 쌀과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가 매우 발달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흔히 리조토 하면 밀라노를 떠올리지만, 사실 베네토 역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리조토의 고장 가운데 하나다.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음식이 바로 **리조토 알 네로 디 세피아(Risotto al Nero di Seppia)**다.
우리말로 하면 '먹물 리조토'다.
최근에 한국에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듯한데, 처음 접하면 검은색 때문에 조금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한입 먹어 보면 오징어나 갑오징어 특유의 깊은 감칠맛과 바다 향이 그대로 살아 있어 보기와는 전혀 다른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요리의 주인공은 오징어가 아니라 **갑오징어(Seppia)**다.
갑오징어를 손질할 때 나오는 먹물을 함께 사용해 리조토를 만들기 때문에 특유의 검은색이 완성된다. 먹물은 단순히 색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칠맛과 바다 향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재료다.
리조토 알 네로는 오래전부터 베네치아 어부들이 잡아 온 갑오징어를 남김없이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 먹던 음식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한 식재료를 버리지 않고 모두 활용하는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가 잘 담겨 있는 요리이기도 하다.
전통 레시피는 비교적 단순하다.
올리브오일에 양파를 천천히 볶은 뒤 갑오징어를 넣고 화이트 와인을 살짝 넣어 향을 더한다. 이후 아르보리오나 카르나롤리 같은 리조토용 쌀을 넣고 육수를 조금씩 부어가며 익힌 뒤 마지막에 갑오징어 먹물을 넣어 천천히 저어 준다.
완성된 리조토는 버터와 약간의 올리브오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 리조토처럼 치즈를 많이 넣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파르미자노의 강한 풍미가 해산물의 섬세한 맛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의 운하를 바라보며 먹는 따뜻한 리조토 알 네로는 바다를 그대로 담아낸 듯한 풍미를 느끼게 해 준다. 검은색만 보고 망설였다가 한입 맛본 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었다는 여행객도 많다.
베네토를 여행한다면 한 번쯤은 꼭 경험해 볼 만한 대표 프리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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