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또르뗄리니 디 발레죠, 안개 낀 겨울 마을에서 만난 베네토의 숨은 명작 파스타

corita40019 2026. 7. 14. 22:48

베네토 지방의 작은 마을 **발레죠 술 민초(Valeggio sul Mincio)**는 나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곳이다.

10여 년 전, 회사 재무팀에서 팀빌딩 행사를 하며 팀원 다섯 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베로나에서 가까운 내륙에 자리한 작은 마을인데, 민초(Mincio) 강이 마을을 감싸듯 흐르고 있어 마치 섬에 들어온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보르고 술 민초(Borghetto sul Mincio)'는 이탈리아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는 겨울이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계절이 아니어서 거리는 한적했고, 강 위로 내려앉은 안개가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화려함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더 인상적이었고, 지금도 그날의 풍경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점심은 마을의 한 전통 식당에서 먹었다. 이름이 **라 칸티나(La Cantina)**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곳에서 처음 맛본 파스타가 바로 **아놀린(Anolin)**이었다. 발레죠 지역에서는 방언으로 '아놀린'이라고 부르지만,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또르뗄리니 디 발레죠(Tortellini di Valeggio)**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처음 한입 먹었을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속 재료였다. 에밀리아 로마냐에서 먹던 또르뗄리니는 프로슈토와 모르타델라, 돼지고기 등을 사용한 풍부한 속이 익숙했는데, 이곳의 아놀린은 오랫동안 천천히 익힌 **브라자토(Brasato)**를 잘게 다져 넣어 훨씬 깊고 진한 고기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만두 파스타라도 지역에 따라 이렇게 다른 개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또 하나의 특징은 **스폴리아(sfoglia)**다. 발레죠의 스폴리아는 '사랑의 손수건(Fazzoletti d'amore)'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매우 얇게 미는 것이 전통이다. 얇은 반죽 덕분에 속 재료의 풍미가 더욱 살아나고 식감도 한층 섬세하다.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보통은 볼로냐식 또르뗄리니처럼 사각형 반죽에 속을 넣어 삼각형으로 접은 뒤 양끝을 연결하지만, 일부는 반으로 접어 라비올리처럼 직사각형 모양으로 마무리하기도 한다. 어느 형태든 가장자리에는 톱니 모양 커터를 사용해 특유의 아름다운 테두리를 만든다.

 

이날 함께 마신 **발폴리첼라 리빠소 수페리오레(Valpolicella Ripasso Superiore)**도 아직 기억에 남는다. 브라자토의 깊은 풍미와 와인의 농익은 과실향이 훌륭하게 어우러져, 지금도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과 와인의 조합 가운데 하나다.

또르뗄리니 디 발레죠는 단순히 맛있는 파스타가 아니라, 아름다운 마을의 풍경과 겨울의 고요함,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추억까지 담겨 있는 나에게 특별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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