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토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프리모는 **비골리 인 살사(Bigoli in Salsa)**다.
여기서 **비골리(Bigoli)**는 파스타의 이름이다. 얼핏 보면 스파게티와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굵고 표면이 거칠다. 그래서 소스를 더욱 잘 머금어 씹을수록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골리는 원래 메밀가루나 통밀가루를 섞어 만드는 경우도 있었으며, 전통적으로는 **비골라로(Bigolaro)**라는 압출 기계를 이용해 길고 굵게 뽑아 만들었다. 오늘날에는 건면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베네토에서는 여전히 직접 만드는 집도 적지 않다.
'살사(Salsa)'라고 해서 특별한 토마토소스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요리의 살사는 전혀 다르다. 오래 볶아 달콤해진 양파와 소금에 절인 엔초비를 함께 익혀 만드는 매우 단순한 소스다. 재료는 많지 않지만, 양파의 단맛과 엔초비의 감칠맛이 만나 놀라울 정도로 깊은 맛을 만들어 낸다.
비골리 인 살사는 과거 가톨릭의 사순절과 금요일 금육(禁肉) 기간에 자주 먹던 음식이기도 하다. 고기를 먹지 않는 대신 생선인 엔초비를 사용해 맛을 냈으며, 지금도 **성금요일(Venerdì Santo)**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겉보기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좋은 재료 몇 가지만으로도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이탈리아 가정요리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이 바로 비골리 인 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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