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주빠 도르초(Zuppa d'Orzo), 보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를 팬으로 만든 따뜻한 수프

corita40019 2026. 7. 14. 23:04

평소 나는 보리를 즐겨 먹는 편이 아니다. 보리를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는 느낌이 있어 일부러 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빠 도르초(Zuppa d'Orzo)**를 처음 봤을 때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회사 식당 메뉴에 올라온 것을 호기심에 한 번 먹어 본 것이 시작이었다.

부드럽게 익은 보리와 달큰하게 익은 양배추, 그리고 훈연 향이 진한 스펙(Speck)이 어우러지면서 예상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맛을 냈다. 보리 특유의 고소함과 스펙의 감칠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평소 보리를 꺼리던 나도 금세 이 수프의 팬이 되었다.

주빠 도르초는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알토아디제, 특히 **남티롤(알토아디제)**을 대표하는 전통 수프다. 독일어로는 **게르스텐주페(Gerstensuppe)**라고 부르며, 알프스의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농가에서 즐겨 먹던 음식에서 유래했다. 밀보다 척박한 산악지대에서도 잘 자라는 보리를 이용해 채소와 훈제 고기를 넣고 오래 끓여 만든, 소박하지만 영양이 풍부한 한 그릇이었다. 오늘날에는 트렌티노뿐 아니라 인접한 베네토 지역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는 겨울 별미가 되었다.

그 이후 회사 식당에서 주빠 도르초가 나오는 날이면 거의 빠지지 않고 선택한다. 평소 보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꼭 맛보기를 권하고 싶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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