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달콤한 양파가 간의 쌉싸름함을 감싸는 베네토 요리, 페가토 알라 베네치아나

corita40019 2026. 7. 15. 16:33

베네토의 대표적인 세콘도인 **페가토 알라 베네치아나(Fegato alla Veneziana)**도 회사 식당에서 처음 맛보았다. 나는 회사 식당을 통해 이탈리아 각 지역의 전통 음식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탈리아어로 *페가토(fegato)*는 간을 뜻한다. 페가토 알라 베네치아나에는 오늘날 주로 소간 중에서도 맛과 식감이 비교적 부드러운 **송아지 간(fegato di vitello)**을 사용한다. 일부 전통에서는 돼지 간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특유의 맛이 덜 강한 송아지 간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신선한 소간을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지금까지 생간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이곳에서는 보통 팬이나 냄비에서 완전히 익혀 먹는다. 간은 특유의 향과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식재료라 누구나 즐기는 음식은 아니다.

페가토 알라 베네치아나의 핵심은 간만큼이나 많은 양의 양파다. 전통적으로는 베네토의 키오자 지역에서 생산되는 흰 양파가 잘 어울린다고 한다. 양파를 얇게 썰어 버터나 올리브오일에 천천히 익힌 뒤, 가늘게 썬 간을 넣어 짧은 시간 조리한다. 오래 익혀 달콤하고 부드러워진 양파가 간의 강한 향과 쌉싸름한 맛을 감싸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이 요리의 기원을 고대 로마의 간 요리와 연결하는 이야기도 있다. 로마인들은 간의 강한 맛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무화과와 함께 먹었는데, 베네치아에서는 구하기 쉽고 단맛이 풍부한 양파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다만 이를 명확한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음식 이야기로 보는 편이 좋다.

나는 간 중에서는 닭간을 가장 좋아해 소간이나 돼지 간은 아주 가끔만 먹는다. 소간은 팬에 버터를 넉넉히 넣고 겉면을 노릇하게 구워 먹는 편이다. 반면 돼지 간은 맛이 조금 더 달고 진한데, 왠지 한국에서 순대와 함께 나오던 촉촉하게 찐 간이 생각나 주로 쪄서 먹는다.

페가토 알라 베네치아나는 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요리다. 단, 간을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지고 쓴맛이 강해질 수 있으므로 양파는 충분히 익히되 간은 마지막에 넣어 짧게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네토에서는 완성된 간과 양파를 따뜻한 폴렌타와 함께 곁들이기도 한다.

강렬한 간의 맛과 양파의 부드러운 단맛이 만나는 음식. 단순한 재료로 만들지만 서로 반대되는 맛을 절묘하게 균형 잡은 베네치아의 지혜가 담긴 세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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