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토의 세콘도 가운데 **파라오나 콘 라 페바라다(Faraona con la Pevarada)**는 이탈리아에서도 일상적으로 자주 접하는 음식은 아니다.
*파라오나(faraona)*는 한국에서 기니새 또는 뿔닭이라 부르는 가금류다. 이탈리아에서는 비교적 큰 슈퍼마켓이나 정육점에서 구할 수 있을 만큼 꾸준한 수요가 있지만, 닭처럼 평소에 자주 요리해 먹는 고기는 아니다. 주로 크리스마스 같은 명절이나 일요일 가족 식사에 준비하거나, 전통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에서 세콘도로 만날 수 있다. 과거 베네토의 농가에서도 파라오나는 평범한 일상식보다는 특별한 날을 위한 귀한 고기로 여겨졌다.
파라오나의 맛은 닭고기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진하고 야생조류에 가까운 풍미가 있다. 살이 단단하고 지방이 적어 잘못 익히면 퍽퍽해질 수 있으므로, 베네토에서는 베이컨이나 라르도를 둘러 굽거나 버터와 와인을 더해 촉촉하게 조리하기도 한다.
이 요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고기보다도 **페바라다(pevarada 또는 peverada)**라는 소스다. 이름은 ‘후추를 많이 넣어 매콤한 맛을 낸 소스’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닭이나 파라오나의 간을 잘게 다지고 베네토의 소프레사, 안초비, 마늘, 레몬 껍질, 식초와 넉넉한 후추를 넣어 만든다. 집과 지역에 따라 돼지고기나 판체타, 빵가루, 세이지와 주니퍼베리를 넣기도 해 하나로 고정된 레시피라기보다는 여러 가정의 방식이 이어져 온 소스에 가깝다.
간과 살루미, 안초비가 함께 들어가므로 맛이 상당히 진하고 복합적이다. 여기에 레몬과 식초의 산미, 후추의 알싸함이 더해져 담백한 파라오나 고기에 깊은 풍미를 입힌다. 파라오나 외에도 오리, 닭, 비둘기나 꿩 같은 가금류 및 사냥고기에 곁들일 수 있다.
페바라다는 특히 파도바와 트레비소를 중심으로 전해져 온 베네토의 오래된 소스다. 이탈리아 요리 아카데미의 기록에서도 파라오나와 페바라다의 조합은 트레비소 전통 식문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명절 음식으로 이어져 온 것으로 소개된다.
한국에서는 파라오나를 구하기 쉽지 않겠지만, 닭이나 오리로 대신하면 이 소스의 매력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닭다리나 통닭처럼 촉촉함이 유지되는 부위를 구워 페바라다를 곁들이면 좋다.
화려하게 자주 등장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베네토의 오래된 축일과 가족 식탁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요리다. 평범한 닭고기 요리와는 다른 깊고 강렬한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전통 세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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