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예전에는 토끼고기를 먹었던 것 같다. 나도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가 들에서 잡아 온 것으로 보이는 토끼고기를 한 번 맛본 기억이 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집토끼가 아니라 산토끼였을 수도 있다.
그때의 기억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뼈가 많아 먹을 수 있는 살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기 맛이 생각보다 심심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는 한국에서 토끼고기를 다시 먹어 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슈퍼마켓의 정육 코너에서도 토끼고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마리를 통째로 판매하기도 하고, 다리와 등심 등 부위별로 나누어 포장하기도 한다. 토끼고기는 닭고기와 비슷한 흰 살이지만 지방이 적고 맛이 훨씬 담백하다. 뼈가 가늘고 많은 편이라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먹기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 집에서는 부활절이 되면 가끔 **코닐리오 아로스토(coniglio arrosto)**를 만든다. 토끼고기를 감자와 함께 오븐에 넣어 굽는 방식이다. 물론 이탈리아 전체의 대표적인 부활절 음식이라기보다는 명절에 평소와 조금 다른 고기를 먹기 위한 우리 가족의 선택에 가깝다.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에밀리아로마냐에 사는 우리 가족에게 토끼고기는 일상적인 고기가 아니다. 명절에 “오늘은 조금 특별한 것을 먹어 보자”라고 할 때나 식탁에 오르는 정도다.
지금도 기억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 이탈리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슈퍼마켓에서 처음으로 토끼고기 한 마리를 통째로 샀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친구의 전화를 받았고, 장을 보면서 토끼고기를 샀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친구가 “토끼의 가죽을 벗겨 놓으면 고양이와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가 생각보다 강한 충격으로 남았다. 집에 도착한 뒤에도 친구의 말이 계속 떠올라 결국 그 토끼고기를 요리하지 못하고 버렸다. 그 이후로 한동안 토끼고기를 아예 사지 못했다.
최근에야 다시 토끼고기를 먹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한 마리가 통째로 포장된 것은 사지 못한다. 다리나 등 부분처럼 이미 부위별로 나누어진 제품만 고른다. 맛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지만, 음식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는 때때로 입맛보다 훨씬 오래 남는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할 **코닐리오 콘 피노키에토 셀바티코(Coniglio con Finocchietto Selvatico)**는 토끼고기의 담백함을 야생 회향의 향으로 보완한 요리다. *피노키에토 셀바티코(finocchietto selvatico)*는 야생 회향으로, 일반적인 회향의 둥근 밑동이 아니라 가느다란 잎과 줄기를 향신 허브처럼 사용한다. 달콤하면서도 아니스와 비슷한 상쾌한 향이 특징이다.
토끼고기는 지방이 매우 적어 그대로 오랫동안 구우면 퍽퍽해지기 쉽다. 그래서 올리브오일에 겉면을 충분히 굽고 화이트와인과 육수를 더해 뚜껑을 덮은 채 천천히 익힌다. 야생 회향은 토끼고기의 은은한 향을 살려 주면서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맛에 개성을 더한다.
마늘과 로즈마리, 세이지를 함께 사용할 수도 있고, 올리브나 감자를 넣어 한 냄비 요리로 만들기도 한다. 판체타나 라르도를 더하면 부족한 지방을 보완해 고기가 한층 촉촉하고 진해진다. 토끼고기와 야생 회향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은 이탈리아 여러 농촌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회향은 토끼고기의 향을 부드럽게 하고 풍미를 더하는 재료로 사용돼 왔다. 야생 회향을 사용한 토끼 요리
어린 시절의 토끼고기가 뼈 많고 심심한 고기로 기억에 남아 있다면, 야생 회향과 화이트와인을 넣어 천천히 익힌 이 요리는 그 기억과 꽤 다르다. 담백한 고기에 허브 향이 깊게 스며들어 소박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맛을 낸다.
코닐리오 콘 피노키에토 셀바티코는 화려한 잔치 음식이라기보다 들과 정원에서 구한 허브로 평범한 고기의 맛을 살렸던 이탈리아 농촌의 지혜가 담긴 세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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