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토마토소스에 천천히 졸인 베네토식 장어요리, 비자토 인 테치아

corita40019 2026. 7. 15. 18:11

앞서 소개한 **비자토 수 라라(Bisato su l’Ara)**가 월계수잎 위에 장어를 올려 무라노 유리공방의 남은 열로 구운 음식이라면, **비자토 인 테치아(Bisato in Tecia)**는 장어를 냄비에 넣고 토마토소스와 와인으로 천천히 졸인 요리다.

*비자토(bisato)*는 베네토 방언으로 장어를 뜻하고, *테치아(tecia)*는 냄비나 팬을 가리킨다. 따라서 음식 이름은 그대로 풀이하면 ‘냄비에서 익힌 장어’라는 의미가 된다. 이탈리아어로는 안길라 인 우미도(anguilla in umido), 즉 장어조림이라고 할 수 있다.

비자토 인 테치아는 베네치아 석호와 포강 삼각주, 폴레시네 지역의 어촌 문화에서 발전한 음식이다. 특히 강과 바닷물이 만나는 습지와 양식·어로 지역인 *발리 다 페스카(valli da pesca)*에서는 장어가 많이 잡혔다. 어부들이 머물던 오두막인 *카소니(casoni)*에서 장어를 냄비에 넣어 조리했던 음식이라 **안길라 알라 발레사나(anguilla alla Vallesana)**라고도 부른다. 베네토 관광 자료에서도 ‘냄비에서 익힌 장어’라는 뜻의 전통 세콘도로 소개된다. 베네토 전통 음식 자료

조리법은 지역과 가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양파와 마늘을 올리브오일에 볶고 토마토를 넣어 소스를 만든 다음, 큼직하게 자른 장어를 넣는 것이다. 화이트와인을 붓고 약한 불에서 장어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천천히 졸인다. 마지막에는 파슬리와 화이트와인 식초를 조금 더해 맛을 정리한다.

다른 전통 레시피에서는 장어를 월계수잎과 식초에 미리 재운 뒤 밀가루를 얇게 묻혀 팬에서 노릇하게 굽는다. 그 후 토마토소스와 와인을 더해 다시 졸인다. 집에 따라 세이지와 월계수잎, 당근이나 버터를 넣기도 한다. 이처럼 하나로 고정된 레시피보다는 지역과 집안의 방식이 여러 갈래로 전해져 온 요리에 가깝다. 키오자 수산시장의 전통 레시피

장어는 지방이 많아 진하고 고소하지만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토마토의 산미와 화이트와인, 식초가 장어의 기름진 맛을 가볍게 정리해 준다. 오랫동안 졸이는 동안 장어에서 나온 지방과 육즙이 토마토소스에 섞여 진하고 걸쭉한 소스가 완성된다.

비자토 인 테치아는 보통 따뜻한 폴렌타와 함께 먹는다. 특히 베네치아 석호와 폴레시네 지역에서는 흰 옥수수로 만든 폴렌타 비앙카를 곁들이기도 한다. 부드럽고 담백한 폴렌타가 새콤하면서도 진한 장어 소스를 흡수해 주어 매우 든든한 세콘도가 된다. 남은 소스까지 즐기고 싶다면 구운 폴렌타도 잘 어울린다.

비자토 수 라라가 무라노 유리공방의 불과 노동자의 생활을 보여주는 음식이라면, 비자토 인 테치아는 베네치아 석호와 포강 삼각주의 어부들이 살아온 환경을 보여준다. 같은 장어를 사용하지만 하나는 월계수잎 위에서 담백하게 굽고, 다른 하나는 토마토소스에 촉촉하게 졸인다.

장어의 고소한 맛과 토마토의 산미가 만나는 비자토 인 테치아는 베네토의 물과 습지, 어촌의 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전통 세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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