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여러 고기와 소스가 어우러진 볼리토 미스토 알라 피에몬테제

corita40019 2026. 7. 17. 22:13

피에몬테 지방의 두 번째 세콘도는 **볼리토 미스토 알라 피에몬테제(Bollito misto alla piemontese)**이다. ‘볼리토’는 삶은 것, ‘미스토’는 여러 가지가 섞였다는 뜻으로, 이름 그대로 여러 부위의 고기를 함께 삶아 차려내는 음식이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삶은 고기처럼 보이지만, 피에몬테에서는 어떤 고기를 사용하고 어떤 소스를 곁들이느냐에 따라 상당히 풍성한 축제 음식이 된다. 특히 가족이 모이는 일요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겨울철 명절에 잘 어울린다.

볼리토 미스토에는 소고기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소고기의 여러 부위와 함께 송아지고기, 혀, 꼬리, 닭이나 카포네, 코테키노 등을 따로 또는 차례로 삶아 한 접시에 담는다. 피에몬테의 전통적인 **그란 볼리토 미스토(Gran bollito misto)**는 여러 종류의 소고기 부위와 부속 고기, 닭고기를 풍성하게 구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기 국물을 만들 때는 소고기와 뼈, 카포네 등을 당근, 셀러리, 양파와 함께 넣고 아주 약한 불에서 오랫동안 끓인다. 여기에 월계수잎이나 파슬리 줄기, 통후추, 정향 등을 더하면 국물의 향이 한층 깊어진다.

다만 모든 고기를 처음부터 한 냄비에 넣는 것은 아니다. 혀나 코테키노처럼 향과 조리 시간이 다른 재료는 별도의 냄비에서 삶는 것이 좋다. 물을 팔팔 끓이기보다는 표면이 잔잔하게 움직일 정도로 유지해야 고기가 질겨지지 않고 국물도 지나치게 탁해지지 않는다.

나는 소혀나 소의 뺨에 해당하는 **구안차 디 만초(guancia di manzo)**를 이렇게 익혀 먹는 것을 좋아한다. 참고로 이탈리아어 ‘구안찰레(guanciale)’는 일반적으로 돼지 볼살을 염장·숙성한 식재료를 가리킨다. 삶은 소뺨은 지방과 콜라겐이 천천히 녹아 무척 부드러워진다. 건져서 적당히 썬 다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아체토 발사미코를 뿌리기만 해도 훌륭한 세콘도가 된다.

하지만 피에몬테식 볼리토 미스토의 매력은 무엇보다 다양한 소스에 있다. 파슬리와 마늘, 앤초비, 식초 등을 넣어 만드는 초록색 소스 **바녯 베르드(Bagnet verd)**가 가장 대표적이다. 토마토를 이용한 **바녯 로스(Bagnet ross)**를 비롯해 모스타르다, 크레노라고 부르는 서양고추냉이 소스, 과일과 포도즙을 졸여 만든 코냐(Cognà) 등을 곁들이기도 한다.

한 냄비에서 두 가지 요리가 나오는 것도 볼리토 미스토의 큰 장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오랫동안 고기를 끓여 깊은 국물을 만들고, 그 국물에는 토르텔리니를 넣어 프리모로 먹는다. 국물을 내고 남은 여러 고기는 따뜻하게 보관했다가 소스와 채소를 곁들여 세콘도로 준비한다.

단, 토르텔리니용으로 맑고 진한 국물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우에는 고기를 찬물에서부터 끓이는 편이 좋다. 반대로 고기의 맛과 촉촉함을 우선한다면 물과 향신 채소를 먼저 끓인 뒤 고기를 넣는다. 볼리토 미스토를 만들 때는 두 방식을 적절히 조합하기도 한다.

고기 옆에는 삶은 감자와 당근, 양파 같은 채소를 곁들이면 된다. 화려한 조리 기술보다는 좋은 재료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음식이다. 따뜻한 육수로 토르텔리니를 맛보고, 이어서 여러 고기와 소스를 즐기는 식탁은 추운 계절의 이탈리아 가정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든든하고 정겨운 풍경 중 하나이다.


 

 

 

 

피에몬테 지방과 식재료 소개, 음식리스트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s://corita40019.tistory.com/29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