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의 돌체를 이야기할 때 시에나의 빤포르테(Panforte)를 빼놓을 수 없다.
빤포르테는 아몬드와 설탕, 꿀, 밀가루, 오렌지·체드로 등의 설탕에 절인 과일에 계피와 육두구 같은 향신료를 넣어 구운 전통 디저트다. 케이크처럼 폭신하기보다는 견과류와 과일이 빽빽하게 들어 있어 단단하고 쫀득하다. 단맛도 진하고 향신료 향도 강하기 때문에 보통 얇게 잘라 에스프레소나 디저트 와인과 함께 먹는다.
이름을 그대로 풀이하면 ‘강한 빵’이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강하다’는 말은 단순히 딱딱하다는 의미라기보다,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의 진하고 강렬한 맛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된다. 한편 초기의 꿀과 과일을 넣은 빵이 시간이 지나면서 발효되어 시큼하고 강한 맛을 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도 전해진다.
빤포르테의 역사는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205년 시에나의 문서에는 꿀과 후추로 맛을 낸 빵인 ‘파네스 멜라티 에트 페파티(panes melati et pepati)’가 수도원에 납부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설탕과 향신료는 매우 귀한 재료였기 때문에 빤포르테는 평범한 빵이라기보다 귀족과 부유층, 성직자 등이 특별한 날에 즐기는 고급 음식에 가까웠다. 오늘날에는 시에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디저트가 되었다. 이탈리아 농업부의 Panforte di Siena IGP 생산 규정
빤포르테에는 크게 검고 진한 맛의 전통적인 ‘빤포르테 네로(Panforte Nero)’와 하얀 슈거파우더를 뿌린 ‘빤포르테 마르게리타(Panforte Margherita)’가 있다.
빤포르테 마르게리타는 1879년 시에나를 방문한 마르게리타 왕비를 위해 기존 빤포르테보다 향신료를 순하게 조절하고 표면을 슈거파우더로 덮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검고 투박한 전통형과 달리 밝고 우아한 모습이라 오늘날 우리가 상점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빤포르테가 되었다. Terre di Siena – Panforte IGP
빤포르테를 처음 보면 견과류가 많이 들어간 과일 케이크처럼 보이지만, 한입 먹어 보면 전혀 다른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씹을수록 아몬드의 고소함과 설탕에 절인 과일의 쫀득함이 살아나고, 그 뒤로 계피와 육두구, 후추 같은 향신료의 따뜻한 향이 길게 남는다.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크리스마스 무렵에 먹지만 보관성이 좋아 조금씩 얇게 잘라 오래 두고 즐기기에도 좋다. 커피와 함께 먹어도 맛있고, 빈 산토(Vin Santo)처럼 달콤한 토스카나 디저트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화려하게 부풀어 오른 케이크는 아니지만, 작은 한 조각 안에 중세 시에나의 귀한 향신료와 크리스마스의 풍성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돌체다. 빤포르테는 시에나의 오랜 역사와 맛을 천천히 씹어 보는 듯한 디저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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