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 시에나의 돌체를 이야기할 때 빤포르테와 함께 빠질 수 없는 것이 리챠렐리(Ricciarelli)다.
리챠렐리는 아몬드와 설탕, 달걀흰자를 주재료로 만드는 시에나의 전통 과자다. 겉모습만 보면 단단하고 바삭한 비스코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슈거파우더로 덮인 표면은 살짝 갈라져 있고, 한입 베어 물면 안쪽은 마지팬처럼 부드럽고 촉촉하다.
길쭉한 타원형과 마름모의 중간쯤 되는 독특한 모양도 리챠렐리의 특징이다. 가장자리는 옅은 황금빛을 띠지만 표면은 슈거파우더 때문에 눈처럼 하얗다. 아몬드의 고소하고 진한 풍미에 오렌지 껍질의 은은한 향이 더해져 재료는 단순하지만 맛은 무척 우아하다. 공식 규정에서도 리챠렐리 디 시에나는 아몬드와 설탕, 달걀흰자를 기본으로 하며, 부드럽고 부스러지지 않는 식감을 지닌 과자로 정의한다. 이탈리아 농업부의 Ricciarelli di Siena IGP 생산 규정
리챠렐리의 뿌리는 아몬드와 설탕으로 만드는 마지팬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마지팬은 15세기 무렵 시에나에 널리 알려졌으며, 당시에는 ‘마르차파네티 알라 세네제(Marzapanetti alla senese)’ 또는 ‘모르첼레티(Morzelletti)’처럼 불렸다. 귀한 설탕과 아몬드, 향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수도원이나 향신료와 약재를 취급하던 약제사들의 공방에서 주로 만들어졌다. ‘리챠렐리’라는 현재의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다. 토스카나주 – Ricciarelli di Siena IGP
이름에는 흥미로운 전설도 전해진다. 십자군 원정에서 돌아온 시에나의 귀족 리차르데토 델라 게라르데스카(Ricciardetto della Gherardesca)가 동방에서 맛본 과자를 토스카나에 전했고, 그의 이름에서 리챠렐리라는 명칭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과자의 양 끝이 술탄이 신었던 끝이 말린 신발과 닮았다는 설명도 함께 따라온다. 다만 역사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라기보다는 리챠렐리의 동방적 기원을 설명하는 전설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Terre di Siena – 빤포르테와 리챠렐리 이야기
과거에는 주로 크리스마스에 만들었지만, 오늘날에는 계절과 관계없이 시에나의 제과점과 식료품점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빤포르테와 함께 식탁에 오르며, 선물용 상자에도 자주 담긴다.
리챠렐리는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에스프레소나 차, 토스카나의 달콤한 빈 산토(Vin Santo)와 특히 잘 어울린다. 달콤한 편이므로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한두 개를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 좋다.
겉은 눈처럼 하얗고 안은 아몬드 향으로 촉촉한 리챠렐리. 화려한 장식 없이도 시에나의 오랜 제과 전통과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돌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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