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말린 대구가 크림처럼 변하는 베네치아 전채요리, 바깔라 만테카토(Baccalà mantecato)

corita40019 2026. 7. 21. 22:39

 

베네토 안티파스티의 두 번째 음식은 바깔라 만테카토(Baccalà mantecato)다.

삶은 말린 대구 살에 기름을 조금씩 넣으며 힘차게 저어 크림처럼 부드럽게 만드는 베네치아의 전통음식이다. 빵이나 구운 뽈렌타 위에 올려 치께띠(Cicchetti)로 먹으며, 베네치아의 작은 술집인 바까로(Bacaro)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음식 중 하나다.

이름만 들으면 우유나 생크림을 넣은 대구 크림을 떠올릴 수 있지만 전통적인 바깔라 만테카토의 부드러운 질감은 생선살과 기름이 유화되면서 만들어진다.

바깔라인데 왜 스토카피쏘를 사용할까

이탈리아에서 바깔라(Baccalà)는 일반적으로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를 의미하고, 소금 없이 차가운 바닷바람에 건조한 대구는 스토카피쏘(Stoccafisso)라고 부른다.

그러나 베네토에서는 오랫동안 스토카피쏘를 바깔라라고 불러 왔다. 따라서 바깔라 만테카토와 바깔라 알라 비첸티나(Baccalà alla vicentina)의 주재료도 이름과 달리 스토카피쏘다.

스토카피쏘는 매우 단단하고 건조하기 때문에 바로 요리할 수 없다. 며칠 동안 찬물에 담가 수분을 되돌리고, 껍질과 뼈를 제거한 뒤 부드럽게 삶아야 한다.

한 번의 난파가 베네토 식문화를 바꾸다

베네토에 스토카피쏘가 전해진 이야기는 베네치아 귀족이자 상인이었던 피에트로 케리니(Pietro Querini)의 항해와 연결된다.

1431년 케리니는 크레타섬의 칸디아에서 와인과 향신료, 면화와 비단 등을 싣고 플랑드르로 향했다. 그러나 배는 폭풍을 만나 항로를 잃었고, 선원들은 북쪽 바다를 떠돌게 되었다.

1432년 1월, 케리니와 생존자들은 북극권에 가까운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의 뢰스트(Røst) 주민들에게 구조되었다. 그곳에서 여러 달을 지내며 현지 사람들이 대구를 소금에 절이지 않고 차가운 바닷바람에 말려 보관하는 모습을 보았다.

케리니는 이 건조 대구를 스토카피쏘라는 이름과 함께 기록했고, 베네치아로 돌아오면서 가져왔다.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고 운반하기 쉬운 스토카피쏘는 항해와 무역이 중심이었던 베네치아에 매우 실용적인 식재료였다. 바깔라 만테카토 협회의 역사 자료

베네치아에 돌아온 직후 오늘날의 바깔라 만테카토가 바로 탄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케리니의 항해가 베네토에 스토카피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만테카토는 무엇을 뜻할까

만테카레(Mantecare)는 재료를 힘차게 섞어 지방과 수분을 유화시키고 부드럽고 크리미한 상태로 만드는 조리 과정을 뜻한다.

리조토를 완성할 때 버터와 치즈를 넣고 섞는 과정도 만테카투라(Mantecatura)라고 부른다. 바깔라 만테카토에서는 삶은 생선살을 잘게 풀고 기름을 가늘게 부으면서 계속 저어 준다.

거칠었던 생선살은 점차 밝은 아이보리색의 부드러운 크림으로 변한다. 전통적으로는 나무주걱으로 오랫동안 저었지만 오늘날에는 거품기나 전동 믹서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완전히 매끄러운 퓌레로 갈기보다는 대구 살의 가는 섬유가 조금 남아 있어야 바깔라 만테카토다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생크림이 없어도 부드러운 이유

정통 바깔라 만테카토는 생크림이나 버터, 감자를 넣지 않고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삶은 스토카피쏘의 수분과 기름이 계속 저어지는 과정에서 유화되기 때문이다.

레시피에 따라 마늘·레몬·월계수잎을 넣어 생선을 삶기도 하며, 우유를 일부 섞거나 감자를 더하는 현대적인 방식도 있다. 그러나 베네치아 전통의 핵심은 스토카피쏘와 기름을 이용해 부드러운 질감을 만드는 것이다.

완성된 바깔라 만테카토는 짭짤하면서도 맛이 강하지 않고, 생선의 감칠맛과 기름의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룬다. 후추나 파슬리를 조금 더할 수 있지만 향이 강한 재료를 지나치게 넣으면 섬세한 맛을 가릴 수 있다.

빵과 흰 뽈렌타에 올리는 치께띠

바깔라 만테카토는 작은 빵 조각이나 구운 뽈렌타 위에 올려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베네치아와 석호 지역에서는 흰 옥수수가루로 만든 뽈렌타 비앙카(Polenta bianca)를 자주 사용한다. 흰 뽈렌타는 노란 뽈렌타보다 맛이 섬세해 부드러운 생선 크림과 잘 어울린다.

바까로에서는 바깔라 만테카토를 올린 치께띠 하나와 옴브라 데 빈(Ombra de vin)이라고 부르는 작은 와인 한 잔을 함께 즐긴다. 산뜻한 화이트 와인이나 프로세코와도 잘 어울린다.

가난한 보존식에서 베네치아의 상징으로

스토카피쏘는 생선이 귀하거나 신선한 생선을 구하기 어려운 시기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식재료였다. 종교적으로 육류를 먹지 않는 금육일에도 이용할 수 있어 베네토 전역에 널리 퍼졌다.

단단하게 말린 생선을 물에 불리고 삶은 뒤 기름과 함께 부드러운 크림으로 만든 바깔라 만테카토는 평범한 보존식에 새로운 질감과 풍미를 부여한 음식이다.

오늘날에는 베네치아의 바까로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폭넓게 등장한다. 2001년에는 전통적인 조리법을 보호하고 알리기 위한 바깔라 만테카토 협회도 설립되었다. 도갈레 바깔라 만테카토 협회

북유럽의 차가운 바람에 말린 대구가 베네치아로 건너와 부드러운 치께띠가 되었다. 바깔라 만테카토는 난파와 구조, 무역과 문화의 교류가 한 접시의 음식으로 이어진 베네치아다운 전채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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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orita40019.tistory.com/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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