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베네치아 선원들의 보존식, 사르데 인 사오르(Sarde in saor)

corita40019 2026. 7. 21. 22:22

베네토 안티파스티의 첫 번째 음식은 사르데 인 사오르(Sarde in saor)다.

튀긴 정어리에 식초로 익힌 양파를 듬뿍 올리고 건포도와 잣을 더해 숙성하는 베네치아의 전통 전채요리다. 정어리의 짭짤하고 고소한 맛, 양파의 단맛, 식초의 산미, 건포도와 잣이 한 접시 안에서 어우러진다.

겉모습만 보면 튀긴 생선 위에 양파를 올린 단순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사르데 인 사오르에는 바다에서 살아야 했던 베네치아 선원들의 생활과 베네치아 공화국의 무역 역사가 함께 담겨 있다.

‘사오르’는 무슨 뜻일까

사오르(Saor)는 베네치아 방언으로 ‘맛’ 또는 ‘풍미’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르데 인 사오르는 양파와 식초로 맛을 입힌 정어리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오르는 단순히 맛을 내는 소스가 아니었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대에 생선의 보관 기간을 늘려 주는 조리법이기도 했다.

베네치아 선원들의 보존식에서 시작되다

사르데 인 사오르의 정확한 탄생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14세기 무렵부터 베네치아 선원과 어부들이 사용한 생선 보존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에 나가면 잡은 생선을 즉시 냉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어리를 기름에 튀긴 뒤 식초에 익힌 양파와 번갈아 가며 항아리에 담았다. 식초의 산미와 양파가 생선을 조금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도왔다.

준비한 즉시 먹는 음식도 아니었다. 정어리와 양파를 층층이 쌓아 하루 이상 숙성하면 식초와 양파의 맛이 생선에 스며들고, 튀긴 정어리도 한층 부드러워진다.

오늘날에도 사르데 인 사오르는 만든 직후보다 최소 하루, 가능하면 이틀 정도 숙성한 뒤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Gambero Rosso – 사르데 인 사오르의 역사

건포도와 잣은 나중에 더해졌다

초기의 사오르는 정어리와 양파, 식초를 중심으로 한 실용적인 보존식이었다. 이후 베네치아가 동방무역으로 번영하면서 건포도와 잣, 향신료가 더해졌다.

건포도는 식초의 날카로운 신맛을 부드럽게 하고 자연스러운 단맛을 더한다. 잣은 고소한 맛과 씹는 식감을 보완한다. 후추와 계피, 정향, 코리앤더 같은 향신료를 사용한 기록도 전해진다.

가난한 선원들의 음식으로 시작했지만 베네치아 무역을 통해 들어온 재료가 더해지면서 훨씬 풍성하고 세련된 음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레덴토레 축제에 빠지지 않는 음식

사르데 인 사오르는 베네치아의 레덴토레 축제(Festa del Redentore)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레덴토레 축제는 1575년부터 1577년까지 베네치아를 휩쓴 페스트의 종식을 기념하는 행사다. 매년 7월 셋째 주말이 되면 베네치아 사람들은 배를 타고 석호로 나가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불꽃놀이를 기다린다.

이날 준비하는 대표 음식이 바로 사르데 인 사오르다. 미리 만들어 숙성할 수 있고 식은 상태로도 맛있어 배 위에서 나누어 먹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에는 “알 레덴토르 프레파라 일 사오르(Al Redentor prepara il saor)”라는 말도 전해진다. 레덴토레 축제가 다가오면 사오르를 준비하라는 뜻이다. 베네치아 레덴토레 축제와 사르데 인 사오르

뜨겁게 먹지 않는 정어리 요리

사르데 인 사오르는 튀김요리지만 뜨거울 때 바로 먹지 않는다. 정어리와 양파를 차곡차곡 담고 냉장고에서 충분히 숙성한 뒤 차갑거나 실온에 가까운 온도로 먹는다.

시간이 지나면 튀김옷이 양파와 식초의 수분을 흡수해 부드러워진다. 바삭한 생선튀김과는 전혀 다른 촉촉하고 진한 맛이 완성된다.

먹기 전에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너무 차갑지 않게 하면 양파와 식초, 건포도와 잣의 풍미가 더 잘 느껴진다.

바까로에서 만나는 베네치아의 맛

오늘날 사르데 인 사오르는 베네치아의 바까로(Bacaro)에서 치께띠(Cicchetti)로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작은 접시에 담아 와인 한 잔과 함께 먹거나 빵 또는 구운 뽈렌타를 곁들인다. 산미가 풍부해 프로세코나 산뜻한 베네토 화이트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정어리는 값비싼 생선이 아니며 양파와 식초 역시 평범한 재료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숙성하면 단순한 재료가 복합적인 맛으로 바뀐다.

사르데 인 사오르는 남은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시작된 음식이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전채요리가 된 사례다. 바다 위에서 만들어진 생활의 지혜와 무역도시의 풍요로움이 한 접시에서 만나는 베네토다운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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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orita40019.tistory.com/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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