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 ⑩ 커피

corita40019 2026. 6. 10. 04:49

이탈리아 사람들이 와인보다 더 자주 마시는 것은 오히려 커피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는 오래되고 깊다. 커피의 종류도 단순하지 않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서 이미 문화가 시작된다.

 

이탈리아에서 “커피 한 잔”이라고 하면 기본은 항상 에스프레소다. 짧고 진한 이 한 잔이 모든 커피의 기준이 된다.

에스프레소를 바탕으로 다양한 변형이 만들어진다. 우유가 들어가면 카푸치노, 조금만 들어가면 카페 마끼아또, 뜨거운 우유를 섞으면 카페 라떼가 된다. 얼음을 넣어 차갑게 흔들어 만든 카페 쉐케라또(caffè shakerato)도 여름에 자주 마신다.

 

 

카푸치노는 특히 이탈리아에서 독특한 규칙을 가진 커피다. 독일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상관없이 마시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보통 아침에만 마신다. 주로 브리오슈(크루아상 같은 빵)와 함께 아침 식사로 즐긴다. 점심 이후에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관광객”으로 보일 정도로 문화적 차이가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 역시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짧게, 빠르게 마시는 커피 문화’는 이탈리아의 바(Bar) 문화와 맞닿아 있다.

내가 2000년대 초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남편은 파스쿠치(Pascucci) 커피 매장을 보고 매우 반가워했다. 이탈리아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해외에 오래 머무르면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를 그리워한다.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일상의 리듬이기 때문이다.

남편도 파스쿠치에서 내리는 에스프레소가 비교적 이탈리아와 비슷하다고 느껴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하루에 여러 번 그곳을 찾곤 했다. 안타깝게도 그 매장들은 몇 년 후 대부분 사라졌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에스프레소를 하루에 여러 잔 마신다. 5잔, 7잔, 10잔 이상 마시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에스프레소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의식이다.

 

아침에 일어나 한 잔, 아침 식사 후 한 잔, 직장에 도착해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며 한 잔,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 잔, 업무를 마치고 다음 일로 넘어가기 전에 한 잔, 잠깐의 휴식 시간에 한 잔, 점심 식사 후 한 잔, 오후의 나른한 시간에 한 잔, 저녁 식사 후 한 잔.

어떤 사람들은 잠들기 전에도 마시지만, 오히려 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에스프레소는 단순한 카페인이 아니라 ‘하루의 전환’을 표시하는 작은 신호다.

 

이탈리아 커피 문화의 뿌리는 모카포트(Moka pot)에서 시작된다.

모카포트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흑백영화 속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이탈리아 가정의 상징적인 커피 도구였다. 지금도 많은 가정에서는 여전히 가스레인지 위에서 이 작은 알루미늄 포트를 올려 커피를 내린다.

이후 등장한 에스프레소 머신은 바(Bar) 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동시에 가정에도 소형 에스프레소 머신이 빠르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뜨거운 물을 높은 압력으로 커피 가루에 통과시켜 추출하며, 이 과정에서 표면에 크레마(crema)라고 불리는 얇은 거품층이 생긴다.

이후 커피는 원두를 갈아 사용하는 방식에서, 포드(pod)나 캡슐 형태로 점점 더 간편해졌다. 네스프레소(Nespresso)의 등장 이후 이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우리 집에도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데, 원두를 바로 갈아 추출하는 방식이라 편리하다. 그 덕분에 남편은 주말이면 하루에도 여러 번 커피 머신을 작동시키곤 한다.

 

이탈리아에서 커피는 “머무르는 음료”가 아니라 “잠깐 멈추는 순간”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