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꼬꼬이 아 핏추스(Coccoi a pitzus), 반죽 위에 축복을 새기는 사르데냐의 빵

corita40019 2026. 7. 24. 21:59

사르데냐의 빵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에 머물지 않는다.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고, 결혼을 축하하며, 부활절의 새로운 생명을 상징하는 의례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꼬꼬이 아 핏추스(Coccoi a pitzus)는 빵이라기보다 반죽으로 만든 조각 작품에 가깝다. 둥근 빵의 가장자리를 톱니처럼 자르고 표면에 꽃과 잎, 새와 밀 이삭을 닮은 무늬를 새긴다. 오븐에 들어간 반죽이 부풀면 잘라 놓은 부분이 벌어지면서 특유의 뾰족한 장식이 완성된다.

치브라슈와는 다른 특별한 날의 빵

앞서 소개한 치브라슈가 농부와 가족이 며칠 동안 나누어 먹던 크고 소박한 일상빵이라면, 꼬꼬이 아 핏추스는 결혼식과 부활절 같은 특별한 날을 위해 만들던 귀한 빵이다.

사르데냐의 전통 농식품인 PAT에 등록되어 있으며, 수 쉐띠(Su scetti), 파스타 두라(Pasta dura), 꼬꼬이 데 이스 스포수스(Coccoi de is sposus)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결혼식을 위해 만든 것은 ‘신랑 신부의 꼬꼬이’라는 뜻의 꼬꼬이 데 이스 스포수스라고 한다. 빵은 먹을거리인 동시에 새롭게 가정을 이루는 부부에게 풍요와 행복을 기원하는 선물이 되었다. Laore Sardegna의 꼬꼬이 아 핏추스 자료

‘핏추스’가 만드는 왕관 같은 모습

핏추스(Pitzus)는 빵 위로 솟아오른 뾰족한 돌기와 장식을 가리킨다.

전통적인 꼬꼬이 아 핏추스는 지름 약 35~40cm의 둥근 왕관 모양으로 만든다. 가운데에는 20~25cm 정도의 큰 구멍이 있고, 빵의 두께는 약 6~7cm이다. 지역이나 용도에 따라 반원형으로 만들기도 한다.

빵의 아래쪽 둘레에는 작은 삼각형 모양의 톱니 장식을 연속해서 만들고, 윗부분에는 반죽을 들어 올려 핏추스를 만든다. 구워지면 표면은 황금빛으로 바삭해지고, 내부에는 희고 단단하게 짜인 속살이 남는다.

가위와 작은 칼로 완성하는 빵 조각

꼬꼬이 아 핏추스의 가장 중요한 과정은 굽기 전 장식이다.

전통적으로 세레따(Serretta)라고 부르는 톱니 모양의 도구와 아라소예따(Arrasoyedda) 또는 고떼뚜 데 페자이(Gotteddu de pesai)라고 부르는 작은 칼을 사용한다. 오늘날 가정에서는 작은 주방가위, 날카로운 칼, 핀셋과 톱니바퀴 모양의 커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먼저 단단한 반죽을 원형이나 반원형으로 성형한다. 가장자리를 일정한 간격으로 자른 뒤 손가락이나 핀셋으로 잡아당겨 삼각형과 잎 모양을 만든다. 윗면에는 작은 칼로 선을 새기거나 반죽 조각을 붙여 꽃과 새, 밀 이삭 같은 장식을 표현한다.

장식이 끝난 빵은 그대로 발효한 뒤 오븐에 넣는다. 열을 받으면 칼집이 벌어지고 반죽이 솟아오르면서 평면에 가까웠던 무늬가 입체적인 왕관으로 변한다.

단단한 반죽을 사용하는 이유

꼬꼬이 아 핏추스는 듀럼밀 세몰라와 물, 소금, 천연 발효종인 수 프로멘투(Su fromentu)로 만든다. 일부 제빵소에서는 소량의 제빵용 이스트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이 빵을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인 파스타 두라는 ‘단단한 반죽’이라는 뜻이다. 수분이 많은 부드러운 반죽으로는 정교한 무늬가 흐려지고 발효하면서 형태가 무너지기 쉽다. 따라서 꼬꼬이는 비교적 단단하고 탄력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은 반죽으로 만들어야 한다.

반죽을 매끄럽게 다듬은 뒤 가위와 칼로 장식하면 형태가 그대로 유지된다. 완성된 빵은 치브라슈처럼 속이 크고 부드럽게 부풀기보다 기공이 작고 조밀하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단단하지만, 듀럼밀 특유의 고소한 향과 은은한 단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결혼식과 부활절을 함께한 빵

꼬꼬이 아 핏추스는 과거 결혼식과 부활절을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

결혼식에서는 왕관이나 화환처럼 둥근 빵을 만들고 꽃, 잎, 새와 밀 이삭을 닮은 무늬로 장식했다. 각 가정과 마을, 만드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 모양이 달랐기 때문에 두 개의 빵이 완전히 똑같을 수 없었다.

부활절에는 꼬꼬이 쿤 소우(Coccoi cun s’ou), 즉 ‘달걀을 넣은 꼬꼬이’를 만든다. 빵 가운데에 껍질째 달걀을 놓고 반죽 끈으로 감싼 뒤 함께 굽는다. 달걀은 겨울이 끝난 뒤 다시 시작되는 생명과 부활, 풍요를 상징한다. 초콜릿 달걀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부활절 선물이기도 했다. 사르데냐의 부활절 빵 꼬꼬이 쿤 소우

꽃과 동물을 닮은 다양한 형태

꼬꼬이는 만드는 목적과 지역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한다.

석류를 닮은 아라나다(Aranada), 물고기 모양의 삐쉬(Pisci), 새를 표현한 삘로니(Pilloni), 장미 모양의 아로자(Arrosa), 말 모양의 쿠아뚜(Cuaddu), 인형을 닮은 삡피아(Pippia) 등이 전해진다. 같은 형태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장식과 세부 표현이 달라진다.

이러한 모양을 모두 정해진 상징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어떤 것은 풍요와 생명, 가족을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어떤 것은 아이를 즐겁게 하거나 만든 사람의 솜씨와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먹기 아까울 만큼 아름다운 빵

꼬꼬이 아 핏추스는 장식이 아름다워 쉽게 자르기 아깝지만 기본적으로는 먹는 빵이다.

잘 구운 꼬꼬이는 껍질이 황금빛으로 바삭하고, 희고 조밀한 속살에서는 듀럼밀의 진한 향이 난다. 올리브오일과 소금만 곁들여도 좋고 페코리노 사르도, 살루미, 올리브와 함께 나누어 먹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 단단해지면 수프에 넣거나 불에 구워 올리브오일을 뿌려 먹는다. 그러나 특별한 날을 위해 정성껏 만든 빵은 한동안 집 안에 장식해 두었다가 가족과 손님들이 조금씩 나누어 먹기도 했다.

꼬꼬이 아 핏추스는 밀가루 반죽에 가위와 칼을 대어 만든 사르데냐의 생활 예술이다. 반죽 위에 새긴 작은 꽃과 뾰족한 핏추스에는 결혼과 탄생, 부활과 풍요를 축복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소박한 재료가 사람의 손을 만나 왕관처럼 화려한 빵으로 변하는 순간, 사르데냐에서 빵이 음식인 동시에 문화이고 예술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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