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남편은 유독 젤라토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젤라토를 사소하게 넘어갈 수는 없다며, 반드시 한 챕터 전체를 젤라토에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맞다. 아마 대부분의 이탈리아인들에게도 젤라토는 특별한 음식일 것이다.
스위스 사람들이 세계에서 1인당 초콜릿 소비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면, 젤라토만큼은 이탈리아인들이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젤라토의 기원은 고대 로마와 이집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눈이나 얼음에 과일즙이나 꿀을 섞어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적인 젤라토는 15~16세기 피렌체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세기 메디치 가문을 위해 베르나르도 부온탈렌티(Bernardo Buontalenti)라는 건축가이자 발명가가 우유와 달걀, 설탕, 얼음을 이용한 크림 기반의 냉동 디저트를 만들었는데, 이를 현대 젤라토의 조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젤라토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이런 역사가 있는 만큼 이탈리아인들에게 젤라토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다. 일종의 자부심이며, 계절에 관계없이 즐기는 생활의 일부다.

보통 아무리 작은 동네라도 한두 개의 젤라테리아(Gelateria)는 꼭 있다.
우리 동네에도 젤라테리아가 두 곳 있는데, 한 곳은 겨울이 되면 문을 닫고 더 따뜻한 나라로 가서 계절 장사를 한다. 반면 일 년 내내 문을 여는 곳도 있다.
젤라토는 크게 크림 베이스와 과일 베이스로 나뉜다.
크림 베이스 젤라토는 부드럽고 진한 풍미가 특징이고, 과일 베이스 젤라토는 상큼하고 시원한 맛이 매력이다. 또 젤라토 케이크(Torta Gelato)도 있는데, 생일파티나 특별한 날에 자주 등장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나치게 단 맛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젤라토 역시 적당한 단맛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꽤 잘 맞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젤라테리아의 젤라토는 모두 가게에서 직접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상당수의 젤라테리아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며 이미 제조된 젤라토를 공급받아 판매한다. K2나 Cremeria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반면 직접 젤라토를 만드는 장인형 젤라테리아들도 있다. 이런 곳들은 새로운 맛을 개발하고 재료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단골손님이 많다.
볼로냐 시내에도 유명한 젤라테리아들이 있는데, 들어가면 선택장애에 빠질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맛도 훌륭하지만 메뉴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대부분의 젤라테리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맛은 다음과 같다.
크림 계열
- 크레마(Crema) : 달걀 크림 맛
- 자바이오네(Zabaione) : 달걀과 마르살라 와인을 사용한 크림 맛
- 바치(Baci) : 유명 초콜릿을 응용한 맛
- 초콜라토(Cioccolato) : 초콜릿
- 노촐라(Nocciola) : 헤이즐넛
- 스트라챠텔라(Stracciatella) : 초코칩이 섞인 우유맛
과일 계열
- 딸기
- 복숭아
- 멜론
- 수박
- 민트
- 아마레나(Amarena) : 시럽에 절인 체리
그 외에도 요거트 맛, 피스타치오 맛, 커피 맛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종류가 있다.

젤라토를 주문할 때는 먼저 몇 가지 맛을 선택할 것인지 말하고, 콘(Cone)에 담을지 컵(Coppetta)에 담을지 정하면 된다.
보통 두 가지 맛이 기본이고, 조금 더 큰 사이즈를 원하면 세 가지 또는 네 가지 맛을 고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가장 먼저 말한 맛을 가장 많이 담아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맛을 첫 번째로 말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 처음에는 초콜릿이나 헤이즐넛 같은 진한 크림 계열 젤라토를 좋아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과일 맛 위주로 바뀌었고, 요즘은 이상하게 초콜릿 민트 맛에 푹 빠져 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맛은 다르지만, 이탈리아에서 젤라토는 단순히 더위를 식히기 위한 간식이 아니다. 산책을 하다가도 먹고, 친구를 만나도 먹고, 저녁 식사 후에도 먹는다.
어쩌면 이탈리아인들의 일상 속 가장 달콤한 습관이 바로 젤라토인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 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 ⑮액체 황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0) | 2026.06.12 |
|---|---|
|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 ⑭발사믹 식초, 시간이 빚어낸 달콤한 기적 (1) | 2026.06.11 |
|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 ⑫ 과일,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계절의 맛 (0) | 2026.06.10 |
|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 ⑪ 이탈리아에서 커피는 문화다 (0) | 2026.06.10 |
|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 ⑩ 커피 (0) | 2026.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