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를 대표하는 파스타를 하나만 꼽으라면 많은 이탈리아인이 **파스타 꼰 레 사르데(Pasta con le sarde)**를 이야기한다. 정어리와 야생 펜넬, 건포도, 잣, 사프란, 빵가루가 한 접시에 어우러지는 독특한 파스타로, 달콤함과 짭조름함, 향긋함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시칠리아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이다.
이 요리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진다. 9세기경 시칠리아를 정복한 아랍 장군의 요리사가 군량이 부족해지자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모아 파스타를 만들었다고 한다. 바다에서는 정어리를, 들판에서는 야생 펜넬을, 그리고 당시 아랍인들이 시칠리아에 전한 건포도와 사프란을 함께 사용하면서 지금의 빠스따 꼰 레 사르데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역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아랍 문화가 시칠리아 음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은 역사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파스타는 다른 이탈리아 파스타에서는 보기 어려운 재료 조합이 특징이다. 짭조름한 정어리와 달콤한 건포도, 고소한 잣, 향긋한 야생 펜넬이 서로 대비를 이루면서도 놀라울 만큼 조화로운 맛을 만들어 낸다. 마지막에 뿌리는 볶은 빵가루는 '가난한 사람들의 치즈'라고도 불리는데, 치즈 대신 고소한 풍미를 더하기 위해 사용된 시칠리아의 오랜 지혜가 담겨 있다.
지역에 따라 안초비를 함께 넣거나 토마토를 약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팔레르모를 중심으로 한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토마토 없이 정어리와 펜넬의 풍미를 살리는 것이다. 사용하는 파스타도 부카티니(Bucatini)가 가장 일반적이며, 굵은 면이 소스를 잘 머금어 더욱 깊은 맛을 낸다.
한 접시 안에 바다와 산, 그리고 시칠리아를 거쳐 간 다양한 문화의 흔적까지 담겨 있는 빠스따 꼰 레 사르데. 이 음식은 단순한 파스타를 넘어 시칠리아의 역사와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통 요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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