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의 제과점에 들어가면 진열장 한쪽에 귤과 레몬, 복숭아, 사과, 무화과처럼 보이는 작은 과일들이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아야 이것이 진짜 과일이 아니라 아몬드 반죽으로 만든 디저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칠리아의 전통 과자이자 작은 예술 작품인 **프루따 마르또라나(Frutta Martorana)**다.
프루따 마르또라나는 아몬드가루와 설탕을 섞어 만든 파스타 레알레(pasta reale) 또는 마르치파네 반죽을 실제 과일과 채소 모양으로 빚고 색을 입혀 만든다. 레몬 껍질의 울퉁불퉁한 질감이나 복숭아의 붉은 빛, 배의 작은 반점까지 표현해 놓아 멀리서 보면 진짜 과일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름은 팔레르모의 **마르또라나 수도원(Monastero della Martorana)**에서 유래했다. 이 수도원의 수녀들이 아몬드 반죽으로 과일과 채소를 만들어 장식했던 것이 프루따 마르또라나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원은 귀족 여성 엘로이사 마르또라나의 이름에서 ‘마르또라나’라고 불리게 되었다. Visit Sicily
그 탄생과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전설도 전해진다. 마르또라나 수도원을 방문할 귀한 손님을 맞아야 했지만, 방문 시기가 과일이 열리지 않는 계절이었다고 한다. 수녀들은 비어 있는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아몬드 반죽으로 만든 가짜 과일을 나무에 매달았다. 손님은 그것을 진짜 과일로 착각할 정도로 감탄했다고 한다.
전설 속 방문객은 대주교였다고도 하고, 1535년 팔레르모를 방문한 카를로 5세였다고도 전해진다. 정확한 인물과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마르또라나 수도원의 수녀들이 실제 과일처럼 정교한 아몬드 과자를 만들었다는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Visit Sicily—카를로 5세 이야기
프루따 마르또라나는 특히 11월 2일 **망자의 날(Festa dei Morti)**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시칠리아에서는 세상을 떠난 가족이 밤사이에 아이들을 찾아와 과자와 선물을 남겨두고 간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아침에 집 안에 숨겨진 선물을 찾았고, 그 바구니에는 프루따 마르또라나와 여러 전통 과자가 담겨 있었다.
나에게도 프루따 마르또라나와 관련된 특별한 기억이 있다. 10여 년 전 직장에서 마케팅 부서에서 일할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프루따 마르또라나 세트를 기획해 고객사들에 보낸 적이 있다. 진짜 과일처럼 정교하고 화려한 모습이 일반적인 크리스마스 선물과는 달라 고객사들로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맛있는 과자인 동시에 상자를 여는 순간 감탄하게 만드는 작은 예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프루따 마르또라나를 보니 당시 어떤 선물이 받는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을지 고민하며 세트를 준비했던 일이 떠오른다.
만드는 과정은 제과라기보다 공예에 가깝다. 아몬드 반죽을 과일 모양의 틀에 넣거나 손으로 빚은 뒤 충분히 말리고, 식용색소를 여러 번 겹쳐 칠해 실제 과일처럼 표현한다. 마지막에는 식용 광택제를 발라 윤기를 내고 잎이나 꼭지를 붙여 완성한다.
모양은 작고 귀엽지만 맛은 상당히 달고 아몬드 향이 진하다. 따라서 한 번에 큰 조각을 먹기보다는 조금씩 잘라 에스프레소와 곁들이는 것이 좋다. 보기에는 과일이지만 맛은 촉촉하고 달콤한 마르치파네에 가깝다.
파스타 디 만도를라가 아몬드 반죽을 구워 만든 소박한 과자라면, 프루따 마르또라나는 같은 아몬드 반죽을 시칠리아 사람들의 상상력과 손재주로 예술 작품처럼 발전시킨 돌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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