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한 조각 베어 물었는데 입안에서 설탕 알갱이가 사각사각 씹힌다면, 덜 녹인 초콜릿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칠리아 남동부의 바로크 도시 모디카(Modica)에서는 바로 이 거친 식감이 제대로 만든 초콜릿의 증거다.
**초꼴라토 디 모디카(Cioccolato di Modica)**는 부드럽고 매끈한 일반 초콜릿과 달리 표면이 다소 거칠고, 부러뜨렸을 때 단단하면서도 쉽게 바스러진다. 입안에서는 진한 카카오의 쌉싸래한 맛과 함께 녹지 않은 설탕 결정이 오독오독 씹힌다. 처음 맛보면 조금 낯설지만, 씹을수록 카카오 향이 선명하게 퍼져 그 독특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식감은 모디카의 전통적인 저온 가공법에서 나온다. 카카오 매스와 설탕을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섞기 때문에 설탕 결정이 완전히 녹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 일반 초콜릿처럼 오랜 시간 곱게 갈아 매끄럽게 만드는 콘칭(conching)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따라서 입안에서 크리미하게 녹는 초콜릿이라기보다 카카오 본연의 향과 설탕의 질감을 함께 씹어 즐기는 초콜릿에 가깝다.
사실 직장 동료 중에 시칠리아 모디카 출신이 있어 나도 초꼴라토 디 모디카를 몇 번 맛볼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설탕 알갱이가 씹히는 거친 식감이 조금 신기했지만, 카카오 맛이 일반 초콜릿보다 훨씬 진하고 깊었다. 달콤함 속에서도 카카오 특유의 쌉싸래한 풍미가 선명하게 살아 있어, 한 조각만 먹어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직접 맛보고 나니 모디카 사람들이 왜 이 초콜릿을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모디카 초콜릿의 기원은 시칠리아가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전해진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멕시코의 아즈텍 문화에서 접한 카카오 가공법을 시칠리아에 전했고, 그것이 모디카의 전통과 결합해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했다는 이야기다. 다만 아즈텍인들이 오늘날과 같은 설탕을 넣은 고형 초콜릿 바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므로, 정확히는 아즈텍의 카카오 가공 방식에서 영향을 받은 모디카 고유의 초콜릿 문화라고 이해하는 편이 좋다.
모디카에서는 적어도 18세기부터 귀족 가문을 중심으로 초콜릿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746년 그리말디(Grimaldi) 가문의 문서에도 초콜릿 제조와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며, 이후 수도원과 종교기관, 카페와 제과점으로 생산이 확산됐다. 전통성과 지역성을 인정받아 2018년에는 유럽연합의 IGP(지리적 표시 보호) 인증도 획득했다.
가장 기본적인 맛은 진한 카카오와 설탕만으로 만들지만, 계피·바닐라·고추·생강·감귤 향이나 피스타치오·아몬드·헤이즐넛 등을 넣은 다양한 종류도 있다. 특히 계피나 고추를 넣은 초콜릿은 모디카의 오래된 향신료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겉모습은 소박하고 투박하지만, 한 조각 안에는 아즈텍과 스페인, 그리고 시칠리아가 만난 긴 역사가 담겨 있다. 초꼴라토 디 모디카는 단순히 달콤한 디저트가 아니라, 모디카라는 도시의 역사와 장인정신을 사각사각 씹으며 맛보는 초콜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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