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전통 돌체를 살펴보다 보면 이름만으로는 고향을 짐작하기 어려운 음식들을 종종 만난다. **라메 디 나폴리(Rame di Napoli)**도 그중 하나다. 이름에는 나폴리가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시칠리아 동부의 **카타니아(Catania)**를 대표하는 전통 과자다.
라메 디 나폴리는 일반적인 바삭한 비스코티와는 조금 다르다. 카카오와 향신료를 넣어 만든 반죽은 속이 케이크처럼 부드럽고 촉촉하며, 표면은 진한 다크초콜릿으로 덮는다. 그 위에 시칠리아를 상징하는 피스타치오 가루를 뿌려 마무리하면, 검은 초콜릿과 초록빛 피스타치오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오렌지 껍질과 계피, 정향 등을 넣기도 하여 한입 베어 물면 초콜릿의 깊은 맛과 함께 따뜻하고 달콤한 향이 퍼진다.
‘Rame’는 이탈리아어로 구리 또는 동전을 뜻한다. 이름의 정확한 기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양시칠리아 왕국 시대와 관련되어 있다. 나폴리 왕국과 시칠리아 왕국이 하나로 통합된 뒤 금과 은 대신 구리 합금으로 만든 화폐가 유통되자, 카타니아 사람들이 그 동전을 본떠 짙은 갈색의 과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폴리의 구리 동전’이라는 뜻의 이름도 여기에서 생겼다고 전해진다. 다만 이는 여러 설 가운데 하나로, 역사적으로 완전히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다.
라메 디 나폴리는 특히 11월 1일 모든 성인의 날과 11월 2일 위령의 날 무렵에 먹는다. 시칠리아에는 세상을 떠난 가족들이 착하게 지낸 아이들에게 과자와 선물을 가져다준다는 오래된 풍습이 있다. 그래서 이 시기가 되면 카타니아의 제과점에는 라메 디 나폴리를 비롯한 여러 전통 과자가 가득 진열된다.
원래는 카카오 반죽에 오렌지 마멀레이드의 풍미를 더하고 다크초콜릿을 입힌 소박한 과자였지만, 오늘날에는 피스타치오 크림이나 헤이즐넛 크림, 누텔라 등을 채운 화려한 버전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도 부드러운 카카오 반죽과 진한 초콜릿 코팅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맛은 변하지 않는다.
이름은 나폴리를 가리키지만 그 안에는 카타니아의 역사와 가족을 기억하는 시칠리아의 문화가 담겨 있다. 라메 디 나폴리는 단순한 초콜릿 과자가 아니라, 달콤한 음식을 통해 떠난 이와 남아 있는 이들을 이어주는 시칠리아의 특별한 만성절 돌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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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문명이 빚어낸 맛의 섬, 시칠리아 전통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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