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에밀리아 로마냐 음식 이야기 ⑩ 다양한 만두 파스타

corita40019 2026. 6. 16. 20:17

토르텔리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글에서는 에밀리아 로마냐를 대표하는 만두 파스타인 토르텔리니(Tortellini)의 역사와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만두 파스타 세계는 토르텔리니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같은 달걀 파스타 반죽인 스폴리아(sfoglia)를 사용하더라도 크기와 모양, 속재료에 따라 이름과 전통이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토르텔리니(Tortellini), 토르텔로니(Tortelloni), 토르텔리(Tortelli), 라비올리(Ravioli), 카펠레티(Cappelletti), 카펠라치(Cappellacci), 아놀리니(Anolini) 등이 있으며 지역에 따라 비슷한 파스타도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이탈리아 사람들조차 모든 종류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지역마다 오랜 전통이 다르고, 같은 만두 파스타라도 모양과 속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토르텔로니, 토르텔리, 라비올리, 아놀리니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토르텔로니는 토르텔리니보다 크다

이름만 보면 토르텔로니(Tortelloni)는 토르텔리니(Tortellini)의 큰 버전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탈리아어에서는 '-ini'가 작음을, '-oni'가 큼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서류철을 뜻하는 cartella는 작은 서류철을 cartellina, 큰 서류철을 cartellone이라고 부른다. 토르텔리니와 토르텔로니도 같은 원리다.

하지만 두 파스타의 차이는 단순히 크기에만 있지 않다. 속재료부터 전통적으로 다르다.

토르텔로니의 대표적인 속재료

토르텔리니가 돼지고기, 모르타델라, 프로슈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사용하는 반면, 토르텔로니는 리코타 치즈와 시금치 또는 에르베떼(erbette)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전통적인 형태다.

특히 볼로냐와 모데나에서는 리코타와 시금치를 넣은 토르텔로니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버섯, 감자, 호박 등을 활용한 다양한 변형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페라라와 만토바 지역에서는 호박과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채운 만두 파스타가 유명한데, 이들은 토르텔리(Tortelli) 또는 카펠라치(Cappellacci)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같은 파스타도 지역마다 모양이 다르다

토르텔로니는 보통 5~6cm 정도 크기로 만들며, 만두처럼 접거나 정사각형 형태로 마감한다.

그러나 피아첸차 지역에서는 반달 모양으로 접은 뒤 가장자리를 꼬아 장식하는 독특한 형태를 볼 수 있다. 이를 '토르텔로 피아첸티노(Tortello Piacentino)'라고 부른다.

이처럼 같은 계열의 파스타도 지역마다 모양과 이름이 달라지는 점은 이탈리아 음식 문화의 큰 특징이다.

© Chiabase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토르텔리니는 육수, 토르텔로니는 버터와 세이지

토르텔리니의 가장 대표적인 조리법은 진한 육수에 넣어 먹는 '토르텔리니 인 브로도(Tortellini in Brodo)'다.

반면 토르텔로니는 속재료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훨씬 단순하게 조리한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녹인 버터와 세이지(salvia)를 곁들이는 것이다. 여기에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뿌려 먹으면 리코타와 시금치의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강한 토마토 소스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비올리와 토르텔리는 무엇이 다를까?

많은 사람들이 라비올리와 토르텔리를 같은 음식으로 생각하지만 역사적 배경에는 차이가 있다.

라비올리는 리구리아 지방에서 발전한 만두 파스타로, 일반적으로 얇은 반죽을 사용하며 정사각형 또는 반달 모양이 많다.

반면 토르텔리는 에밀리아 로마냐, 롬바르디아, 토스카나 등 포 강 유역의 전통 속에서 발전했으며 상대적으로 반죽이 조금 더 두껍고 형태도 다양하다.

물론 오늘날에는 지역 간 경계가 많이 희미해져 슈퍼마켓에서는 비슷한 제품이 서로 다른 이름으로 판매되는 경우도 흔하다.

에밀리아 로마냐가 '만두 파스타의 왕국'인 이유

이탈리아에는 수백 종류의 파스타가 존재하지만, 속을 채운 파스타의 다양성만큼은 에밀리아 로마냐가 단연 돋보인다.

볼로냐의 토르텔리니, 모데나의 토르텔로니, 페라라의 카펠라치, 파르마의 아놀리니까지.

모두 같은 스폴리아 반죽에서 시작했지만 도시마다 다른 역사와 식재료, 그리고 사람들의 입맛이 더해지면서 각기 다른 개성을 갖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토르텔리니의 '큰 형님'으로 불리는 토르텔로니를 직접 만들어 보며, 반죽부터 속재료, 접는 방법까지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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