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채요리도 되고 메인요리도 되는 세 번째 음식은 **로스트 비프(Roast Beef)**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로스트 비프는 영국에서 시작된 요리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이탈리아 전통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음식 문화는 국경을 넘으며 변화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로스트 비프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즐긴다.
이탈리아에서는 로스트 비프를 얇게 썰어 차갑게 식힌 뒤 루콜라를 듬뿍 올리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레몬즙을 뿌린다. 마지막으로 파르미자노 레지아노 치즈를 얇게 깎아 올리면 완성이다.
뜨겁고 묵직한 고기 요리라기보다 상큼한 샐러드와 함께 즐기는 여름 요리에 가깝다. 고기는 촉촉하고 레몬은 산뜻하며,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의 깊은 풍미가 더해져 의외로 무척 가볍게 먹을 수 있다.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먹기 직전에 썰어 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손님 초대 음식으로도 자주 활용된다.
전채요리로 낼 때에는 얇게 서너 장 정도만 담고 루콜라를 곁들이면 충분하다. 반대로 메인요리로 즐길 때에는 고기의 양을 넉넉히 담고 루콜라와 파르미자노를 듬뿍 올려 한 접시를 완성한다.
우리 집에서는 비텔로 톤나토는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고, 로스트 비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촉촉하게 구워진 소고기와 상큼한 레몬향, 그리고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파르미자노 레지아노가 어우러질 때의 맛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특히 더운 여름날 차갑게 먹는 로스트 비프는 그 어떤 고기 요리보다 매력적이다.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며 요리를 배우다 보니 전채요리와 메인요리를 굳이 구분하려는 생각이 점점 사라졌다.
같은 음식이라도 양과 담음새만 달라질 뿐 식탁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코스의 형식보다 좋은 식재료와 계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탈리아 식문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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