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 특히 토스카나와 움브리아 지방을 여행하면 식당 메뉴에서 가장 자주 만나게 되는 파스타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피치 알 라구 디 칭기알레(Pici al Ragù di Cinghiale)**와 **파파르델레 알 라구 디 칭기알레(Pappardelle al Ragù di Cinghiale)**이다.
'칭기알레(Cinghiale)'는 야생 멧돼지를 뜻하는데, 오랫동안 숲이 많은 이 지역에서는 사냥 문화가 발달하면서 멧돼지를 이용한 요리가 자연스럽게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와인과 허브를 넣고 오랜 시간 천천히 끓여 만든 라구는 특유의 깊고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북부 에밀리아 로마냐의 라구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만드는 볼로냐식 라구가 대표적이라면, 이탈리아 중부에서는 멧돼지를 비롯한 다양한 야생동물을 이용한 라구가 유명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야생동물을 **셀바지나(Selvaggina)**라고 부르며, 사슴, 산토끼, 꿩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고기로 라구를 만든다.
한국에서는 멧돼지고기를 구하기 쉽지 않으므로 굳이 같은 재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다져 사용하거나, 오리고기처럼 조금 색다른 풍미를 가진 고기를 이용해도 충분히 이탈리아 중부 스타일의 라구를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피치보다 파파르델레와의 조합을 특히 좋아한다. 넓고 두툼한 면이 진한 라구를 듬뿍 머금어 한입 먹을 때마다 고기의 풍미가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부드러운 식감과 묵직한 소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이탈리아 중부를 대표하는 파스타라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토스카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만 찾지 말고, 현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즐겨온 멧돼지 라구 파스타도 꼭 한 번 맛보길 추천한다. 한 접시만으로도 토스카나 숲의 향과 전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다.
당연히 어울리는 와인은 키안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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