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도 조금 다루었지만, 이탈리아 음식은 워낙 방대해 별도의 시리즈로 다뤄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것들을 꼽으라면 음식은 늘 상위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처음 이탈리아에 왔을 때는 식당 메뉴를 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안티파스토, 프리모, 세콘도...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주문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몇 가지 기본만 이해하면 의외로 간단하다.
이탈리아 식당 메뉴를 펼치면 보통 가장 먼저 안티파스토(Antipasto)가 나온다.
말 그대로 "식사 전에 먹는 음식"이다.
그다음은 프리모(Primo).
파스타, 리소토, 수프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요리들이다.
그리고 세콘도(Secondo).
고기나 생선이 중심이 되는 메인 요리다.
세콘도에는 보통 샐러드나 구운 채소 같은 콘토르노(Contorno)를 곁들인다.
식사가 끝나면 디저트와 커피, 과일을 먹는다.
물론 평소 가정에서는 안티파스토 없이 프리모와 세콘도만 먹거나 둘 중 하나만 먹는 경우도 많다.

이번 편에서는 안티파스토의 대표 주자인 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저녁 식사가 늦다.
특히 남부로 갈수록 저녁 8시, 9시는 기본이고 더 늦게 먹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냉장고에서 햄이나 치즈를 꺼내 조금씩 먹으며 허기를 달래곤 한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저녁을 차리고 있는데 남편은 어느새 프로슈토 몇 장과 치즈를 꺼내 먹고 있다.
그러면 나는 늘 말한다.
"그러다가 저녁 못 먹어!"
하지만 그는 늘 같은 대답을 한다.
"조금만 먹는 거야."
물론 조금으로 끝난 적은 별로 없다.

이탈리아 햄은 크게 생햄과 익힌 햄으로 나뉜다.
생햄은 소금으로 절여 오랜 시간 숙성시키고, 익힌 햄은 가열해 만든다.
생햄의 절대 강자는 단연 돼지고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프로슈토 크루도(Prosciutto Crudo)이다.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숙성시킨 햄이다.
프로슈토 크루도의 이름 뒤에는 종종 지역명이 붙는다.
예를 들어 프로슈토 디 파르마(Prosciutto di Parma)는 파르마 지역에서 생산된 햄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파르마와 산 다니엘레(San Daniele)다.
이 두 종류는 짠맛이 비교적 적고 풍미가 부드러워 이탈리아 사람들은 흔히 "달다(dolce)"고 표현한다.

슈퍼마켓에서 누군가
"돌체 디 파르마 주세요."
라고 말한다면 대개 파르마산 프로슈토를 의미한다.
반면 단순히 "프로슈토 크루도" 또는 "프로슈토 나치오날레"라고 적혀 있는 제품은 특정 산지가 표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 슈퍼마켓의 가스트로노미아(Gastronomia) 코너에 가면 햄과 치즈가 산처럼 진열되어 있다.
원하는 제품을 말하면 직원이 기계로 얇게 썰어 준다.
보통은
"프로슈토 크루도 1에토"
라고 주문하는데,
여기서 에티(etto)는 100g을 의미한다.
그래서 "1에토"는 결국 100g을 달라는 말이다.
한국인이 처음 들으면 암호처럼 들리지만 금세 익숙해진다.

파르마 지방에는 프로슈토보다도 비싼 햄이 있다.
바로 쿨라텔로(Culatello)다.
돼지 뒷다리 중에서도 가장 좋은 부위를 따로 떼어 숙성시키는데, 맛이 훨씬 섬세하고 부드럽다.
이탈리아 사람들도 특별한 날에나 먹는 고급 식품이다.
그 밖에도 살라메(Salame), 꼬파(Coppa), 소프레사(Soppressa) 같은 다양한 숙성육이 있으며, 지역마다 자신들만의 전통 햄을 자랑한다.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동네에 세워진 돼지 동상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곳에서는 돼지가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음식 문화를 지탱해 온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햄만큼이나 사랑하는 치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부터 모차렐라, 고르곤졸라까지.
햄과 마찬가지로 치즈의 세계 역시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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