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이탈리아 치즈라면 아마 모짜렐라와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일 것이다. 모짜렐라는 피자 덕분에 널리 알려졌고,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는 흔히 ‘파머산 치즈’ 또는 ‘파마산 치즈’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면서 익숙해졌다. 하지만 진짜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는 특정 지역에서 정해진 방식으로 생산된 치즈만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이다. 마치 파르마산 프로슈토가 그렇듯이 말이다.
내가 이탈리아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접한 치즈도 바로 파르미자노였다. 오후에 남자친구 집에 도착한 날은 11월 말,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제법 쌀쌀했다. 첫 저녁 식사로 남자친구 어머니께서는 또르뗄리니 인 브로도(Tortellini in Brodo)를 차려 주셨다. 작은 만두가 들어 있는 따뜻한 국물 요리였다.
식사가 시작되자 어머니께서는 곱게 간 파르미자노가 담긴 작은 그릇을 내게 건네주셨다. 만두국 같은 요리에 치즈를 넣어 먹는다니 조금 의아했다. 그래서 나는 치즈를 국물에 섞지 않고 그릇 가장자리에 조금 덜어 놓은 뒤,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서 먹었다. 그러자 식탁에 앉은 가족들이 모두 웃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고 보니, 모두가 치즈를 국물에 듬뿍 넣어 자연스럽게 섞어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이탈리아 식문화를 배우기 시작한 첫 순간이었다. 그전에도 미국에서 이탈리아 식당에 여러 번 가본 적은 있었지만, 현지화된 음식이 대부분이었고 이탈리아 가정식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치즈는 이탈리아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특히 파스타나 리소토 같은 프리모 피아토(primo piatto)에는 파르미자노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항상 파르미자노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맛이 비슷하면서도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한 그라나 파다노도 널리 사용된다.
두 치즈는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원료인 우유와 사육 규정이다.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는 엄격한 규정 아래 생산된 우유만 사용할 수 있으며, 소의 사료에도 제한이 많다. 반면 그라나 파다노는 상대적으로 규정이 덜 엄격하다. 이러한 차이는 숙성 과정에서 맛과 향의 차이로 이어진다.
잘 숙성된 파르미자노는 단단한 질감과 함께 혀끝을 살짝 자극하는 깊고 진한 풍미를 가진다. 또한 제조 방식 덕분에 일반적인 치즈에서 보이는 큰 기포나 구멍이 거의 없다. 생산 규정을 충족한 치즈만이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외의 비슷한 경질 치즈들은 보다 일반적인 이름으로 판매된다.

모짜렐라는 남부 이탈리아, 특히 나폴리 주변 지역에서 발전한 치즈다. 숙성 기간이 거의 없는 신선한 치즈이기 때문에 ‘포르마조 프레스코(Formaggio Fresco)’로 분류된다. 피자의 재료로 유명하지만 샐러드나 전채요리에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비슷한 신선 치즈로는 부라타(Burrata), 스트라차텔라(Stracciatella), 리코타(Ricotta), 스트라키노(Stracchino), 스콰케로네(Squacquerone), 로비올라(Robiola) 등이 있다. 비교적 짧게 숙성하는 치즈로는 카초타(Caciotta), 고르곤졸라(Gorgonzola), 아시아고(Asiago), 토미노(Tomino), 몬타시오(Montasio) 등이 대표적이다.
오랫동안 숙성시키는 치즈도 매우 다양하다. 소젖으로 만드는 파르미자노 레지아노, 그라나 파다노, 폰티나(Fontina)가 유명하고, 양젖으로 만드는 페코리노(Pecorino) 역시 널리 사랑받는다. 특히 토스카나와 사르데냐의 페코리노가 유명하다. 염소젖으로 만드는 카프리노(Caprino)도 빼놓을 수 없는 이탈리아 치즈 중 하나다.

사르데냐에는 독특한 치즈 문화도 존재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카수 마르주(Casu Marzu)인데, 치즈파리의 유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렬한 향과 독특한 제조 방식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치즈다.

프랑스가 치즈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탈리아 역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역마다 오랜 전통과 개성을 가진 치즈가 존재하며 그 종류도 수백 가지에 이른다.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자국 치즈에 대한 관심이나 감탄을 표현하면 의외로 쉽게 호감을 얻을 수 있다. 사실 이것은 치즈뿐 아니라 와인, 올리브유, 햄, 파스타 등 이탈리아 음식 전반에 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표지사진: phototram, Grocery store in Roma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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