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이탈리아의 음식 ④ 프리모

corita40019 2026. 6. 9. 00:15

코스 요리의 전통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 문화를 꼽으라면, 나는 이탈리아 요리를 떠올린다.

각 코스의 재료와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혼식이나 회사 회식, 명절 같은 특별한 날뿐만 아니라 평소 가정에서도 프리모(Primo)와 세콘도(Secondo), 그리고 후식을 갖추어 먹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탈리아에 처음 도착한 날 먹었던 식사도 그랬고, 이후 경험한 가정식 역시 늘 프리모와 세콘도가 준비되어 있었다. 프리모는 빠지지 않았고, 세콘도는 때로 치즈와 프로슈토로 대신하기도 했지만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이 골고루 차려졌다.

 

처음에는 그 종류와 양에 적잖이 놀랐다. 프리모만 먹어도 배가 불러 세콘도에는 손도 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자 세콘도는 물론이고, 식사 후 커피와 돌체(디저트)까지 즐기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식욕이 점점 늘어났던 기억이 난다.

 

프리미 피아티(Primi Piatti)는 전채요리 다음에 나오는 첫 번째 요리라는 뜻이다. 결혼식이나 명절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프리모와 세콘도 중 하나를 먹거나, 둘 다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프리모는 이탈리아 식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비롯해 딸리아텔레 알 라구, 라자냐, 토르텔리니, 파사텔리, 리소토 등은 모두 프리미 피아티에 속한다.

프리모는 크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소스를 곁들인 국물 없는 파스타인 파스타 아슈타(Pasta Asciutta), 육수에 넣어 익힌 파스타 인 브로도(Pasta in Brodo), 그리고 채소나 콩류를 넣어 만드는 미네스트로네, 쌀을 이용한 리소토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요리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음식들은 대부분 프리미 피아티에 속하며, 그중에서도 파스타 슈타가 중심을 이룬다. 파스타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스파게티, 링귀네, 부카티니, 딸리아텔레, 파파르델레 같은 긴 파스타가 있는가 하면, 펜네, 마케로니, 콘킬리에, 세다니니, 로텔레, 파르팔레 같은 짧은 파스타도 있다.

딸리아텔레와 파파르델레처럼 달걀이 들어간 파스타는 주로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전통인 스폴리아(Sfoglia) 반죽으로 만든다. 이러한 파스타는 라구 같은 고기 소스나 포르치니 버섯 크림소스와 잘 어울린다. 반면 세몰리나 밀가루만으로 만든 스파게티류는 토마토소스나 카르보나라 같은 남부 이탈리아 스타일의 소스와 궁합이 좋다.

스폴리아와 관련된 추억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에밀리아 로마냐에서는 달걀을 넣어 반죽한 스폴리아를 넓게 밀어 딸리아텔레나 파파르델레를 만들고, 넓게 잘라 라자냐를 만들기도 한다. 또 토르텔리니, 라비올리, 토르텔리 같은 만두류의 피로도 사용된다.

이탈리아에 온 지 1년쯤 지난 1999년 무렵, 스폴리아 만드는 법을 배워보지 않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가톨릭 재단에서 실업 상태의 여성들을 위해 제공하는 무료 교육 프로그램이었는데, 과정을 마치면 식당에서 수제 파스타나 만두를 만드는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미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 주시던 칼국수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칼국수 반죽을 밀어 만드는 과정이 스폴리아와 매우 비슷해 보여 꼭 배워보고 싶었다.

수강생은 대부분 50대 전후의 여성들로 열 명 정도였다. 특별히 열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교육 내용은 매우 실용적이었다. 반죽을 만드는 법부터 다양한 파스타와 만두를 빚는 방법까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고, 음식 취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교육이 끝난 뒤 몇몇 식당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연락도 받았지만, 이미 직장이 있었기에 정중히 거절해야 했다.

지금도 딸리아텔레나 토르텔리니를 볼 때면, 그때 밀대로 스폴리아를 밀던 기억과 함께 어머니의 칼국수가 떠오른다.

국물이 들어간 프리모로는 보통 야채수프에 작은 파스타를 넣어 만든 미네스트로네가 있고 국물에 넣어 끓여 먹는 만둣국인 또르뗄리니 인 브로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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