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이탈리아 음식 ③ 빵 이야기

corita40019 2026. 6. 6. 17:16

프리모 피아토로 넘어가기 전에 이탈리아 식탁의 모든 코스를 조용히 이어주는 존재, 바로 빵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남자친구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면서 하루 세 끼를 거의 매일 이탈리아 가정식으로 먹었다. 남자친구 어머니께서 바쁘시거나 특별히 떠오르는 메뉴가 없을 때는 피자를 주문해 드시곤 했다.

가끔은 내가 식사 준비를 맡아 비빔밥이나 볶음밥 같은 한국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어머니께서 특히 이를 좋아하셨는데, 물론 저녁준비가 고되어셨을수도 있지만, 어머니께서는 리소토처럼 쌀로 만든 요리를 별미로 좋아하셨다.

하지만 가장 자주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역시 파스타와 빵을 곁들인 요리들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동네마다 두세 곳의 빵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어로 빵집은 포르노(Forno)라고 하는데, 처음 듣는 한국 사람들은 이름 때문에 웃곤 한다. Forno는 단순히 '오븐'이라는 뜻이다.

 

매일 아침 남자친구 아버지께서는 산책을 하시고 신문을 사신 뒤 빵집에 들러 갓 구운 빵을 사 오셨다. 그날 먹을 만큼 넉넉하게 사 오시기 때문에 빵이 남는 날도 많았다. 남은 빵은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다음 날 아침 햄과 치즈를 넣어 파니니를 만들어 먹거나, 점심 식사 때 다시 데워 먹었다.

 

빵의 종류도 치즈만큼이나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소금 없는 토스카나 빵(Pane Toscano) 외에도, 남부 풀리아 지방의 알타무라 빵(Pane di Altamura), 사르데냐의 얇고 바삭한 카라사우 빵(Pane Carasau), 에밀리아로마냐의 코피아 페라레제(Coppia Ferrarese) 등이 유명하다.

이 밖에도 지역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빠네 코무네(Pane Comune), 프랑스식 바게트를 응용한 빵들, 그리고 빵 대신 곁들이는 그리시니(Grissini), 피아디나(Piadina), 티젤레(Tigelle), 뇨코 프리토(Gnocco Fritto), 포카차(Focaccia) 등도 널리 사랑받는다.

Pane Altamura 사진 출처: Francesco Paolo Fumarola (CC BY-SA 2.0)
Pane Carasau 사진 출처: Shardan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Pane Ferrarese Foto: Gianni Careddu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사진: Nerodiseppia, Tigelle of Modena (CC BY-SA 3.0)
Piadina -Photo by Cristian Ungureanu (CC0)

이러한 빵들은 단순히 곁들임 음식 이상의 역할을 한다. 특히 파스타나 고기 요리를 먹고 난 뒤 접시에 남은 소스를 빵으로 닦아 먹는 데 매우 유용하다. 이를 이탈리아에서는 '스카르페타(Fare la Scarpetta)'라고 부른다. 직역하면 '작은 신발 만들기' 정도의 의미인데, 빵으로 접시를 깨끗이 훑는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다.

 

예를 들어 라구 소스 파스타를 먹고 나면 접시에 맛있는 소스가 남는다. 포크로 소스만 떠먹기는 쉽지 않으니 빵 한 조각으로 남김없이 닦아 먹는 것이다. 다만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는 삼가는 것이 예의로 여겨진다.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식사 자리에서는 파스타를 먹으면서 빵을 함께 먹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가정에서는 특히 남성들 가운데 파스타와 빵을 함께 먹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진: Filipinas4, Grissini Fresh Buffet Solaire (CC BY-SA 4.0)

딸이 유치원에 다닐 때는 간식으로 빵 한 조각을 주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또한 길거리를 걷다 보면 아이들이 빵이나 그리시니를 손에 들고 과자처럼 먹으며 다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빵은 이탈리아 문화에서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성경 속에서 빵이 생명의 양식으로 등장하듯, 이곳 사람들에게도 빵은 식탁의 중심에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음식이다.

 

지역마다 유명한 음식이 있고, 그 음식에 어울리는 빵도 존재한다. 그래서 이탈리아 국내 여행을 다녀오면 돌아오는 길에 트렁크가 지역 특산품으로 가득 차곤 한다. 치즈, 와인, 파스타, 올리브유는 물론이고, 특별히 유명한 빵이 있는 지역이라면 빵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여행을 마친 뒤 가족이나 친지들을 찾아가 특산품을 나누어 주며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지금도 이어지는 소박한 즐거움 중 하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