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자에티, 옥수수가루로 만든 베네치아의 소박한 비스코티

corita40019 2026. 7. 15. 23:07

 베네토의 전통 돌체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과자가 바로 **자에티(Zaeti)**다. 지역과 표기 방식에 따라 잘레티(Zaleti) 또는 잘레티니(Zalettini)라고도 부르는 베네치아의 전통 비스코티다.

자에티를 보면 베네토가 역시 폴렌타를 많이 먹는 지방이라는 생각이 든다. 밀가루로 빵과 파스타, 돌체를 만들듯이 이곳에서는 옥수수가루 역시 한 가지 음식에만 사용하지 않았다. 옥수수가루로 폴렌타를 끓이고, 빵이나 케이크를 만들며, 자에티와 같은 비스코티도 구웠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남김없이 활용했던 지역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는 셈이다.

자에티라는 이름도 과자의 색깔에서 비롯되었다. 베네토 방언에서 ‘잘로(zàlo)’는 노란색을 뜻하는데, 반죽에 넣은 옥수수가루가 과자에 고운 황금빛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에티 또는 잘레티라는 이름에는 ‘작고 노란 과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에티의 정확한 탄생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베네토 농가에서 만들어 먹던 소박한 과자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세기 무렵 베네치아에서 이미 널리 먹었으며, 이후에는 이탈리아의 여러 요리책에도 베네치아식 과자로 소개되었다. 처음에는 옥수수가루를 활용한 검소한 가정식 과자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버터와 달걀, 건포도가 더해져 지금과 같은 풍성한 맛을 갖추게 되었다.

전통적인 자에티는 밀가루와 곱게 간 옥수수가루를 섞고 버터, 설탕, 달걀과 건포도를 넣어 만든다. 건포도를 그라파나 럼에 미리 불려 넣기도 하며, 레몬 껍질을 갈아 산뜻한 향을 더하기도 한다.

옥수수가루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적인 버터 비스코티보다 식감이 조금 더 거칠고 바삭하다. 씹을수록 옥수수의 구수한 맛이 느껴지고, 중간중간 만나는 건포도가 촉촉한 단맛을 더해 준다. 모양도 매끈하고 화려하기보다는 손으로 빚은 듯 조금씩 달라서 오히려 정겹다.

자에티는 귀족의 연회를 위해 탄생한 화려한 베네치아 디저트라기보다, 집에서 가족을 위해 구워 내던 과자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접시에 담긴 자에티를 보면 소박하지만 집에서 갓 구운 비스코티 특유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커피나 홍차와 함께 먹어도 좋고, 식사 후에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나 그라파에 살짝 적셔 먹어도 잘 어울린다. 폴렌타를 만들고 남은 고운 옥수수가루가 있다면, 이번에는 베네치아의 노란 비스코티 자에티를 만들어 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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