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석호에 자리한 부라노섬은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집과 정교한 레이스 공예로 유명하다. 하지만 부라노에는 눈으로 즐기는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오랫동안 섬 주민들이 만들어 온 특별한 전통 과자도 있다. 바로 **부쏠라이(Bussolai)**다.
단수형은 부쏠라(Bussolà), 복수형은 부쏠라이이며, 부라노섬의 과자라는 의미로 **부라넬리(Buranelli)**라고도 부른다. 전통적인 부쏠라는 가운데가 뚫린 둥근 고리 모양이다. 이름 역시 베네토 방언으로 ‘구멍’을 뜻하는 **부소(buso)**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에는 고리 모양과 함께 알파벳 S를 닮은 부쏠라이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형태는 **에쎄 디 부라노(Essi di Burano)**라고 부른다. 원래의 전통적인 형태는 둥근 고리였으며, S자 모양은 커피나 달콤한 와인에 적셔 먹기 편하도록 나중에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부쏠라이는 밀가루와 버터, 설탕, 달걀노른자를 기본으로 만든다. 특히 버터와 노른자가 넉넉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반죽부터 고운 노란빛을 띠며, 구워지면 진한 황금색으로 변한다. 여기에 바닐라와 레몬 껍질을 넣어 향긋함을 더하기도 한다.
재료만 보면 단순한 버터 비스코티 같지만 맛은 상당히 풍부하다. 겉은 단단하고 바삭하며,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럽게 부서지면서 진한 버터 향이 입안에 퍼진다. 두 번 구워 매우 단단하게 만드는 일반적인 비스코티와 달리, 부쏠라이는 버터가 풍부한 파스타 프롤라에 가까운 반죽으로 만든다.
부쏠라이는 원래 부활절을 앞두고 부라노의 가정에서 많은 양을 만들어 두던 축제 과자였다고 한다. 가족들이 함께 반죽을 준비한 뒤 마을의 공용 화덕이나 빵집으로 가져가 구웠으며, 잘 식힌 과자는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가족과 나누어 먹었다.
부라노가 어업과 깊은 관계를 맺어 온 섬인 만큼 부쏠라이에도 어부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부와 선원의 아내들이 오랫동안 바다로 나가는 남편을 위해 영양이 풍부하고 보관하기 좋은 부쏠라이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버터와 달걀노른자가 넉넉하게 들어간 과자였으니 바다에서 고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꽤 든든한 간식이 되었을 듯하다.
부쏠라이의 향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버터와 바닐라, 레몬 향이 워낙 진해 예전 부라노의 여성들은 과자를 천 주머니에 담아 옷장이나 서랍에 넣어 두기도 했다고 한다. 과자를 보관하는 동안 달콤한 향이 옷가지에 자연스럽게 배도록 한 것이다.
부쏠라이는 커피나 홍차와 곁들여도 좋고, 식사 후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나 그라파에 살짝 적셔 먹어도 잘 어울린다.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황금빛 반죽과 진한 버터 향 속에 부라노 사람들의 생활과 가족의 정이 담겨 있는 과자다.
부라노를 여행하게 된다면 형형색색의 집과 레이스 상점만 둘러보지 말고, 빵집 진열대에 놓인 둥근 부쏠라와 S자 모양의 에쎄 디 부라노도 찾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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