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토를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돌체라고 하면 대부분 판도로(Pandoro)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베로나 사람들에게는 판도로보다 훨씬 오래된 전통 과자가 하나 있다. 바로 나달린(Nadalin) 이다.
나달린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판도로의 원형으로 알려져 있으며, 베로나에서 수백 년 동안 크리스마스를 대표해 온 전통 돌체다.
나달린의 기원은 12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베로나를 통치하던 알베르토 1세 델라 스칼라(Alberto I della Scala) 의 즉위를 축하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는 기록과 전승이 남아 있다. 이후 크리스마스와 주님 성탄 대축일을 기념하는 과자로 자리 잡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처음 보면 판도로와 닮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두 과자는 꽤 다르다. 나달린은 별 모양의 낮고 납작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반죽도 훨씬 단단하다. 반면 판도로는 여러 차례 버터를 접어 넣어 결을 만드는 발효 반죽으로 높게 부풀어 오르며, 훨씬 부드럽고 폭신한 식감을 가진다.
전통적인 나달린은 밀가루와 버터, 달걀, 설탕으로 반죽을 만들고, 위에는 아몬드와 굵은 설탕을 듬뿍 올려 구워낸다. 화려한 크림이나 필링은 없지만 버터의 풍미와 아몬드의 고소함이 잘 어우러져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온 이유를 느낄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1894년, 베로나의 제과사 도메니코 멜레가티(Domenico Melegatti) 가 이 전통 과자를 바탕으로 더욱 부드럽고 풍성한 버터 반죽을 개발해 오늘날의 판도로를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달린은 흔히 '판도로의 할아버지' 라고도 불린다.
화려함에서는 판도로가 앞설지 몰라도, 오랜 역사와 담백한 전통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베로나에서는 꼭 한 번 맛봐야 할 크리스마스 돌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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