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몬테의 전채요리를 소개하면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음식인 **링구아 알 바녯 베르드(Lingua al bagnet verd)**를 빼놓을 수 없다. 링구아는 이탈리아어로 ‘혀’를 뜻하며, 요리에서는 주로 소혀나 송아지 혀를 가리킨다. 푹 삶은 소혀를 얇게 썰고 피에몬테의 전통적인 초록 소스인 바녯 베르드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나는 이탈리아에 와서 소혀를 처음 맛봤다. 한국에서는 소혀가 익숙한 식재료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약간 망설였지만, 한번 맛본 뒤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겉모습에서 상상했던 것과 달리 오랫동안 푹 익힌 소혀는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며, 일반적인 살코기보다 촉촉하고 진한 맛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는 보통 고기 국물을 만들 때 소혀를 함께 넣어 푹 익힌다. 충분히 삶은 뒤 겉의 두꺼운 껍질을 벗기고 가로 방향으로 얇게 썬다. 여기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아체토 발사미코를 뿌려 먹는 것이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양념이 없어도 부드러운 소혀와 올리브오일, 발사믹 식초의 새콤달콤한 맛이 잘 어울린다.
이탈리아에서는 소혀가 특별히 구하기 어려운 부위도 아니다. 슈퍼마켓의 정육 코너에 가면 소혀만 따로 포장해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볼리토 미스토를 비롯한 전통적인 삶은 고기 요리에 오랫동안 사용해 온 식재료다.
특히 피에몬테의 **그란 볼리토 미스토(Gran bollito misto)**는 여러 부위의 쇠고기와 혀, 꼬리, 머릿고기, 닭고기 등을 삶아 다양한 소스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이 가운데 소혀는 보통 다른 고기와 따로 익힌 뒤 얇게 썰어 낸다. 담백하게 삶은 고기에 개성을 더하기 위해 바녯 베르드나 바녯 로스, 겨자, 크렌과 같은 여러 소스를 곁들인다.
링구아 알 바녯 베르드는 이러한 피에몬테의 볼리토 문화에서 발전한 음식으로 볼 수 있다. 볼리토 미스토의 한 부분으로 내기도 하지만, 소혀만 얇게 썰어 초록 소스를 올리면 독립된 안티파스토가 된다. 따뜻하게 먹을 수도 있지만, 차갑게 식히거나 실온에 가깝게 두었다가 먹어도 맛있어 미리 준비하기에도 좋다.
이 요리의 또 다른 주인공인 **바녯 베르드(Bagnet verd)**는 피에몬테 방언으로 ‘초록 소스’를 의미한다. 파슬리, 마늘, 앤초비, 올리브오일과 와인 식초가 기본 재료이며, 식초에 적신 빵 속살을 넣어 농도를 조절한다. 가정에 따라 케이퍼나 삶은 달걀노른자를 더하기도 한다. 바녯 베르드는 피에몬테의 전통 농식품인 PAT에도 등재된 대표적인 지역 소스다. 바녯 베르드의 재료와 전통적인 용도
소혀는 지방이 많지 않으면서도 젤라틴질이 있어 오랜 시간 삶으면 촉촉하고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맛 자체는 비교적 차분한 편이다. 여기에 파슬리의 향과 식초의 산미, 앤초비의 감칠맛, 마늘의 알싸함이 더해지면 담백한 소혀가 훨씬 생기 있는 요리로 바뀐다.
소혀를 조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히 익히는 것이다. 향채를 넣은 물에서 두세 시간 정도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고, 아직 따뜻할 때 겉의 질긴 껍질을 벗겨야 한다. 완전히 식으면 껍질이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손질한 소혀는 식힌 뒤 가로 방향으로 얇게 썰어야 결이 부드럽고 먹기도 편하다.
소혀라는 재료 때문에 처음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맛보면 예상보다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맛에 놀라게 된다. 우리 가족이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뿌린 소혀를 좋아하듯, 피에몬테에서는 여기에 향긋한 바녯 베르드를 더해 즐긴다.
링구아 알 바녯 베르드는 버려지는 부위 없이 식재료를 알뜰하게 활용했던 생활의 지혜와, 담백한 삶은 고기에 다양한 소스를 곁들여 새로운 맛을 만들었던 피에몬테 음식 문화가 담긴 전채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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