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몬테의 전채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인살라타 루사 알라 피에몬테제(Insalata russa alla piemontese)**다. 이름 그대로 해석하면 ‘피에몬테식 러시아 샐러드’라는 뜻이다.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자른 감자와 당근, 완두콩을 익힌 뒤 마요네즈에 버무려 차갑게 먹는다. 재료와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피에몬테의 전통 식당에서 여러 가지 안티파스토를 주문하면 자주 등장하는 음식이다. 크리스마스나 새해, 부활절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날에도 흔히 볼 수 있다.
처음 이름을 들으면 러시아에서 그대로 전해진 샐러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음식의 유래를 둘러싼 이야기는 주빠 잉글레제만큼이나 복잡하다. 러시아에도 비슷한 샐러드가 존재하지만, 그곳에서는 ‘러시아 샐러드’가 아니라 보통 올리비예 샐러드라고 부른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에 따르면 19세기 후반 모스크바의 고급 레스토랑 에르미타주에서 일하던 요리사 뤼시앵 올리비에가 이 샐러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의 음식에는 사냥한 새의 고기와 송아지 혀, 가재, 캐비아, 트러플, 케이퍼 등 고급 식재료가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감자와 당근 중심의 샐러드와는 상당히 다른 음식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값비싼 재료는 감자와 당근, 완두콩, 달걀, 피클, 닭고기나 소시지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대체되었다. 러시아에서는 지금도 올리비예 샐러드를 새해 전야에 즐겨 먹는다. 따라서 러시아에 이런 샐러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탈리아에서 먹는 인살라타 루사와는 재료와 비율이 조금 다르다.
다른 설도 있다. 19세기 피에몬테에 비트가 들어가 붉은색을 띠는 **인살라타 루사(Insalata rusa)**가 있었고, 여기서 ‘루사’는 러시아가 아니라 ‘붉은색’을 의미했다는 이야기다. 사보이아 왕실을 방문한 러시아 황제를 위해 감자와 당근 등 러시아를 연상시키는 재료로 샐러드를 만들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하지만 이를 확실히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해 어느 한 가지를 정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인살라타 루사가 19세기 후반부터 이탈리아 요리책에 등장했고, 20세기에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즐기는 전채요리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피에몬테에서는 비텔로 톤나토, 아츄게 알 베르데, 토미니 등과 함께 전통적인 안티파스토 모둠에 자주 포함된다. 아스티 관광청의 인살라타 루사 소개
피에몬테식 인살라타 루사의 기본 재료는 감자와 당근, 완두콩, 마요네즈다. 채소는 너무 무르게 익히지 않고 작고 일정한 크기로 잘라야 한다. 감자의 부드러움과 당근의 은은한 단맛, 톡톡 씹히는 완두콩이 부드러운 마요네즈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가정에 따라 삶은 달걀이나 참치, 피클, 케이퍼 또는 잘게 썬 자르디니에라를 첨가하기도 한다. 윗면에 마요네즈를 얇게 바르고 삶은 달걀, 올리브, 피클이나 완두콩으로 장식하면 명절이나 손님상에 어울리는 전채요리가 된다.
인살라타 루사와 비슷한 이탈리아 샐러드로는 **인살라타 카프리초사(Insalata capricciosa)**가 있다. 이름이 비슷해 카프레제와 혼동하기 쉽지만, 카프레제는 토마토와 모차렐라, 바질로 만든다. 카프리초사는 생당근과 셀러리악을 가늘게 채 썰어 마요네즈에 버무리며, 햄이나 치즈를 더하기도 한다. 익힌 감자와 완두콩이 들어가는 인살라타 루사보다 식감이 아삭하다.
남편은 인살라타 루사를 특히 좋아한다. 그래서 시어머니도 식사를 준비할 때 종종 슈퍼마켓이나 식료품점에서 사 오셨다. 이탈리아에서는 델리 코너에서 쉽게 살 수 있어 집에서 직접 만들지 않아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다.
나는 가끔 집에서 마요네즈부터 직접 만든다. 감자와 당근, 완두콩을 각각 알맞게 익힌 다음 완전히 식혀 홈메이드 마요네즈에 버무리면 된다. 재료는 단순하지만 직접 만든 마요네즈를 사용하면 훨씬 신선하고 부드럽다.
인살라타 루사는 이름의 유래보다 오랜 시간 여러 나라와 가정을 거치며 변화해 왔다는 점이 더 흥미로운 음식이다. 러시아의 올리비예 샐러드에서 피에몬테의 간결한 채소 샐러드까지,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거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음식이 지역의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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