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플란 디 카르디, 겨울 채소 카르도를 담은 피에몬테식 플란

corita40019 2026. 7. 16. 23:20

피에몬테의 전채요리 가운데 부드럽고 우아한 음식으로 **플란 디 카르디(Flan di cardi)**가 있다. 카르도를 삶아 곱게 다진 뒤 달걀과 치즈, 베샤멜소스 등을 섞어 틀에 넣고 오븐에서 익힌 짭짤한 채소 플란이다.

이름만 들으면 캐러멜을 얹은 달콤한 디저트 플란을 떠올릴 수 있지만, 이탈리아 요리에서 플란은 달걀과 채소, 치즈를 섞어 틀에 넣고 익힌 짭짤한 요리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탈리아어로는 **스포르마토(Sformato)**라고도 부른다. 틀에서 꺼내 접시에 담는다는 의미를 지닌 요리로, 수플레보다는 단단하고 키슈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이다.

카르도(cardo)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채소다. 영어로는 카둔(cardoon)이라고 하며 아티초크와 같은 계열의 식물이다. 겉모습은 크고 두꺼운 셀러리처럼 보이지만 향과 맛은 셀러리보다는 아티초크에 더 가깝다. 약간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있다.

질긴 섬유질이 많아 겉의 실을 제거하고 레몬물이나 식초물에 담가 갈변을 막은 뒤 충분히 삶아야 한다. 익히기 전에는 거칠고 단단하지만 오랫동안 삶으면 부드러워지며 특유의 쌉싸름한 맛도 한층 순해진다.

피에몬테에서는 카르도가 가을과 겨울을 대표하는 채소다. 특히 아스티 지방의 **카르도 고보 디 니차 몬페라토(Cardo gobbo di Nizza Monferrato)**가 유명하다. ‘고보’는 등이 굽었다는 의미로, 자라는 카르도를 땅 쪽으로 구부려 흙으로 덮는 독특한 재배 방식에서 이름이 나왔다.

햇빛을 받지 못한 카르도는 엽록소가 줄어들면서 밝은색을 띠고, 햇빛을 찾아 자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휘어진다. 이렇게 재배하면 줄기가 일반 카르도보다 부드럽고 단맛도 좋아진다. 니차 몬페라토의 카르도 고보는 슬로푸드 프레시디움으로 보호되는 피에몬테의 대표적인 지역 농산물이다. 카르도 고보 디 니차 몬페라토 소개

카르도는 피에몬테의 바냐 카우다에 빠지지 않는 채소이기도 하다. 생으로 또는 살짝 익힌 카르도를 따뜻한 앤초비와 마늘 소스에 찍어 먹는데, 같은 조합을 조금 더 부드럽고 세련된 전채요리로 만든 것이 플란 디 카르디라고 볼 수 있다.

카르도를 손질해 부드럽게 삶은 뒤 버터에 볶고, 곱게 다지거나 갈아 달걀과 파르미자노, 베샤멜소스를 섞는다. 이를 작은 틀에 나누어 담고 중탕으로 오븐에서 익히면 촉촉하면서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 플란이 완성된다.

완성된 플란은 그대로 먹기보다 따뜻한 소스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가장 피에몬테다운 방식은 바냐 카우다를 끼얹는 것이다. 카르도의 은은한 쓴맛에 앤초비의 감칠맛과 마늘 향이 더해져 작지만 강렬한 전채요리가 된다.

조금 더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피에몬테 치즈로 만든 폰두타를 곁들인다. 특히 라스케라 치즈를 녹인 폰두타와 잘 어울린다. 피에몬테 지역 자료에서도 카르도 고보 플란을 바냐 카우다 또는 라스케라 폰두타와 함께 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피에몬테주 플란 디 카르도 고보

플란 디 카르디는 겉모습만 보면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올 법한 요리지만, 본래는 제철 채소를 달걀과 치즈에 섞어 알뜰하게 활용한 음식이다. 큰 틀에 구워 잘라 먹을 수도 있지만, 작은 틀에 한 사람분씩 구우면 전채요리로 내기 좋고 모양도 아름답다.

숟가락을 대면 부드럽게 갈라지고 입안에서는 카르도의 은은한 향과 치즈의 고소함이 퍼진다. 여기에 짭조름한 바냐 카우다나 크리미한 치즈 폰두타가 더해지면 피에몬테의 가을과 겨울을 한 접시에 담은 듯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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