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몬테 전채요리 시리즈의 마지막 음식은 **수브릭 디 파타테(Subric di patate)**다. 삶은 감자나 남은 감자 퓌레에 달걀과 치즈를 섞어 작고 납작하게 만든 뒤, 버터를 두른 팬에서 노릇하게 익히는 피에몬테식 감자전이다.
완성된 모습은 감자 크로켓과 비슷하지만 만드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크로켓은 달걀물과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푹 담가 튀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수브릭은 빵가루를 입히지 않고 밀가루만 가볍게 묻히거나 그대로 모양을 잡아 팬에 굽듯이 지진다.
모양도 길쭉한 크로켓보다는 작은 원형이나 타원형으로 납작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겉에는 황금빛의 얇고 바삭한 껍질이 생기지만, 안쪽은 감자 퓌레처럼 부드럽고 촉촉하게 남는다.
수브릭(Subric) 또는 **수브리크(Subrich)**라는 이름은 프랑스와 피에몬테 양쪽에서 사용되어 왔다. 피에몬테는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사보이아 왕가의 문화적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음식에서도 프랑스와의 교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름의 정확한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프랑스어 쉬르 브리크(sur briques), 즉 ‘뜨겁게 달군 벽돌 위에서’라는 표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옛날에 반죽을 뜨거운 화덕의 벽돌 위에서 익힌 데서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것이 확실한 정설은 아니다. 남은다는 의미를 지닌 오크어 계통의 단어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폴란드 요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19세기 프랑스 요리책에는 채소나 고기 반죽을 작게 빚어 버터에 익히는 수브릭이 등장한다. 피에몬테에서는 이것이 감자와 남은 음식을 활용하는 농가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수브릭 디 파타테는 특히 랑게와 몬페라토, 토리노 일대에서 전해진다. 지역에 따라 **프리촐린 디 파타테(Friciulin di patate)**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리촐린은 피에몬테 방언으로 작은 튀김이나 전과 같은 음식을 가리킨다. 몬페라토의 수브릭과 프리촐린
이 음식은 무엇보다 남은 재료를 버리지 않았던 피에몬테 농가의 생활 방식을 잘 보여준다. 전날 먹고 남은 감자 퓌레에 달걀노른자와 파르미자노를 섞어 모양을 잡고 버터에 익히면, 단순한 남은 음식이 바삭하고 고소한 새로운 요리로 바뀐다.
오히려 갓 만든 따뜻한 감자 퓌레보다 냉장고에서 하룻밤 식힌 퓌레가 수분이 적고 단단해 모양을 잡기 좋다. 감자가 남기를 기다렸다가 다음 식사에 수브릭으로 만들어 먹었다는 가정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피에몬테에서는 감자뿐만 아니라 전날 먹고 남은 리소토로도 수브릭을 만들었다. 여기에 시금치나 콜리플라워, 리크와 같은 채소를 섞거나 남은 고기와 닭의 내장을 다져 넣기도 했다. 집에 있는 것을 버리지 않고 감자나 달걀로 하나의 반죽으로 묶어 새로운 식사를 만든 것이다.
전통적인 수브릭 디 파타테의 재료는 감자와 달걀, 파르미자노, 소금과 후추 정도로 단순하다. 여기에 넛맥이나 파슬리를 더하기도 한다. 반죽은 너무 단단하지 않게 만들고, 밀가루를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감자의 부드러운 식감을 살릴 수 있다.
팬에는 올리브오일보다 버터를 사용하는 것이 전통적인 피에몬테 방식에 가깝다. 버터가 녹아 거품이 생기기 시작하면 수브릭을 올리고 양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조심스럽게 뒤집어 익힌다. 반죽이 부드럽고 쉽게 부서질 수 있으므로 한쪽 면이 충분히 굳은 뒤 뒤집어야 한다.
갓 구운 수브릭은 별도의 소스가 없어도 맛있다. 감자와 파르미자노의 고소함, 버터에 구운 바삭한 표면이 잘 어울린다. 전채요리로 내도 좋고, 고기 요리의 곁들임이나 간단한 저녁 식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샐러드와 함께 내면 소박하지만 든든한 한 접시가 된다.
수브릭 디 파타테는 값비싼 식재료나 복잡한 기술 없이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은 감자 한 그릇에 달걀과 치즈를 더해 새로운 요리로 되살린, 피에몬테 농가의 검소함과 지혜가 담긴 전채요리다.
화려한 음식부터 소박한 농가 음식까지 이어진 피에몬테 전채요리 시리즈를 마무리하기에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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