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빠니싸 베르첼레제(Panissa vercellese)**와 이름도 모습도 비슷한 피에몬테의 쌀요리가 있다. 바로 노바라의 전통음식인 **빠니샤 노바레제(Paniscia novarese)**이다.
두 도시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넓은 논을 품고 있어 쌀요리가 발달했다. 하지만 베르첼리에서는 빠니싸(Panissa), 노바라에서는 가운데에 ‘시’ 소리가 들어가는 *빠니샤(Paniscia)*라고 부른다. 단순히 이름만 다른 것이 아니라 들어가는 재료와 조리법에도 차이가 있다.
빠니샤 노바레제는 쌀과 콩, 돼지고기 가공육에 여러 채소를 함께 넣어 만드는 노바라식 리소토이다. 보를로티콩과 사보이 양배추, 셀러리, 당근, 양파 등으로 먼저 진한 육수를 만들고, 이 육수를 쌀에 조금씩 부어가며 익힌다. 리소토와 미네스트로네가 한 냄비에서 만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음식도 처음부터 쌀로 만들었던 것은 아니라고 전해진다. 빠니샤라는 이름은 조나 기장과 비슷한 옛 곡물인 *파니고(Panìgo)*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15세기 말 포 계곡에 쌀 재배가 확산되기 전에는 보리, 호밀, 귀리, 조 같은 곡물로 비슷한 음식을 만들었고, 이후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는 설명이다.
빠니샤에 빠지지 않는 재료 중 하나는 **살람 달라 두야(Salam d’la duja)**이다. 이탈리아어로는 살라메 델라 두야(Salame della duja)라고 한다. 돼지고기 소시지를 항아리나 유리 용기에 담고 녹인 돼지기름으로 완전히 덮어 보존한 노바라와 베르첼리 일대의 전통 식품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겨울에 돼지를 잡은 뒤 여러 부위를 낭비하지 않고 오랫동안 보관해야 했다. 소시지를 라드로 덮어 공기를 차단하는 방식은 고기의 보존 기간을 늘려주는 동시에 독특하고 진한 풍미를 만들어냈다.
전통적인 빠니샤에는 돼지 껍질인 **코텐나(Cotenna)**도 들어간다. 콩과 채소를 끓이는 육수에 돼지 껍질을 넣으면 젤라틴이 우러나와 국물이 걸쭉하고 깊어진다. 일부 가정에서는 노바라와 발세시아 지역의 간 소시지인 피디긴(Fidighin) 또는 모르타델라 디 페가토를 함께 넣기도 한다.
조리할 때는 양파와 라드, 살람 달라 두야와 간 모르타델라를 천천히 볶는다. 여기에 쌀을 넣어 토스타투라한 뒤 적포도주를 붓고 알코올을 날린다. 이후 보를로티콩과 사보이 양배추, 셀러리, 당근, 돼지 껍질로 만든 따뜻한 육수를 조금씩 더하며 쌀을 익힌다.
앞서 소개한 베르첼리식 빠니싸가 살루지아 콩과 살라메 델라 두야의 풍미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면, 노바라식 빠니샤는 사보이 양배추를 비롯한 여러 채소와 돼지 껍질로 만든 육수의 존재감이 더 크다. 간 모르타델라를 사용하는 전통도 노바라식 빠니샤의 특징이다.
다만 오랫동안 가정에서 전해진 음식인 만큼 집집마다 만드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토마토를 넣는 집도 있고 넣지 않는 집도 있으며, 마지막에 버터와 그라나 치즈를 넣어 크리미하게 마무리하기도 한다.
빠니샤는 농부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던 생활 음식이면서 축일이나 가족이 모이는 특별한 날 큰 냄비로 만들어 함께 나누던 음식이기도 했다. 쌀과 콩, 양배추, 돼지고기라는 소박한 재료 안에는 노바라의 농경문화와 오래된 식재료 보존 방식이 모두 담겨 있다.
빠니싸 베르첼레제와 닮았지만 분명히 다른 맛을 가진 빠니샤 노바레제. 두 음식을 나란히 살펴보면 가까운 두 도시가 같은 쌀을 어떻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요리해 왔는지 알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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