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데냐의 전통 과자 가운데 포장지를 열기 전부터 사람의 시선을 끄는 것이 있다. 색색의 얇은 종이에 싸여 양쪽 끝이 술처럼 잘려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사탕이다. 하지만 종이를 펼치면 초콜릿이나 캐러멜 대신 설탕을 입힌 하얀 아몬드 과자가 나타난다. 바로 구에푸스(Gueffus)이다.
구에푸스는 곱게 간 아몬드와 설탕을 함께 익혀 작은 공 모양으로 빚은 사르데냐의 전통 돌체이다. 크기는 대체로 호두알 정도이며, 표면을 설탕에 굴린 뒤 색색의 종이로 하나씩 감싼다.
재료와 만드는 법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화려한 포장 덕분에 결혼식과 세례식, 종교 축일과 마을 축제처럼 특별한 날에 빠지지 않는 과자가 되었다.
오븐 없이 만드는 아몬드 과자
앞서 소개한 아마레띠 사르디와 마찬가지로 구에푸스의 중심 재료도 아몬드이다. 그러나 두 과자의 만드는 방식과 식감은 확연히 다르다.
아마레띠 사르디는 아몬드가루와 달걀흰자를 반죽해 오븐에 굽는다. 표면에는 자연스러운 균열이 생기고 겉은 살짝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게 남는다.
반면 구에푸스에는 보통 달걀과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다. 물과 설탕을 끓여 시럽을 만든 다음 곱게 간 아몬드를 넣고, 반죽이 냄비에서 떨어질 정도가 될 때까지 저으며 익힌다. 식힌 반죽을 동그랗게 빚어 설탕에 굴리기 때문에 별도의 오븐도 필요하지 않다.
완성된 과자는 마지팬처럼 부드럽고 촉촉하며 아몬드 맛이 매우 진하다. 겉에 묻힌 설탕이 가볍게 씹히다가 부드러운 아몬드 반죽으로 이어지는 것이 구에푸스의 특징이다.
레몬과 오렌지꽃 향이 더해진다
구에푸스에는 레몬 껍질을 갈아 넣어 산뜻한 향을 더한다. 가정과 지역에 따라 오렌지꽃수나 아몬드 향, 아니스 리큐어 또는 사르데냐산 리큐어를 조금 넣기도 한다.
단아몬드에 소량의 쓴아몬드를 섞는 전통적인 조리법도 있다. 쓴아몬드는 과자를 쓰게 만들기보다 아몬드 향을 한층 선명하게 하고, 많은 양의 설탕이 주는 단맛을 정리해준다.
한입 먹으면 가장 먼저 설탕의 달콤함이 느껴지고, 이어 아몬드의 고소함과 레몬 또는 오렌지꽃의 향긋함이 입안에 남는다. 작지만 향이 농축되어 있어 커피 한 잔에 곁들이기에도 좋은 과자이다.
이름은 스페인어에서 유래했을까
구에푸스라는 이름의 정확한 유래에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장 널리 알려진 설명은 스페인어로 달걀을 뜻하는 ‘우에보스(huevos)’가 사르데냐식 발음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구에푸스의 둥글거나 약간 타원형인 모습이 작은 달걀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르데냐는 오랫동안 아라곤과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언어와 음식문화 곳곳에 이베리아반도의 흔적이 남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어원 설명은 섬의 역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만 확정된 어원이라기보다는 가장 많이 소개되는 설 가운데 하나로 이해하는 편이 좋다.
구에푸스를 중세 이탈리아의 구엘프당과 연결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사르데냐 출신 작가 미켈라 무르자가 소설 《아카바도라(Accabadora)》에서 포장지 가장자리의 네모난 술이 구엘프 성의 성벽을 닮았다고 묘사한 데서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후 이것이 문학적으로 만들어낸 설명이었다고 직접 밝혔다.
사실과 상상이 섞여 하나의 새로운 전설처럼 퍼졌다는 점도 구에푸스를 둘러싼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과자를 완성하는 색색의 포장지
구에푸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과자 자체만이 아니라 포장까지가 완성 과정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얇은 색종이나 화지를 직사각형으로 자르고 가장자리에 촘촘하게 칼집을 낸 뒤, 과자를 가운데 놓아 사탕처럼 감싼다.
종이를 펼치기 전에는 안에 어떤 색과 모양의 과자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손님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기 편하고, 접시나 바구니에 여러 색의 구에푸스를 담으면 별도의 장식 없이도 잔칫상이 화려해진다.
오늘날에는 위생을 위해 과자를 작은 식품용 종이에 먼저 감싼 다음 색지를 덧대기도 한다. 포장지의 색과 가장자리 장식도 가정마다 달라 구에푸스는 먹는 과자인 동시에 손으로 만드는 작은 공예품처럼 보인다.
사르데냐의 축하를 감싼 작은 선물
구에푸스는 결혼식과 세례식, 성찬식, 견진성사와 마을 축제에 준비되던 과자이다. 재료가 귀했던 시절에는 아몬드와 설탕으로 만든 과자 자체가 특별한 날을 상징했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아몬드를 손질하고 반죽을 빚은 다음, 완성된 과자를 하나씩 종이에 감싸는 과정도 축제 준비의 일부였다. 따라서 구에푸스는 단순히 식사 후 먹는 디저트라기보다 기쁜 일을 함께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손님에게 건네는 작은 선물이었다.
알록달록한 포장지를 풀면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작고 하얀 아몬드 과자. 구에푸스는 화려한 장식 안에 아몬드와 설탕이라는 단순한 재료를 감춰둔 사르데냐다운 전통 돌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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