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전통 과자 또로네(Torrone)는 일반적으로 꿀과 설탕, 달걀흰자에 아몬드나 헤이즐넛 같은 견과류를 넣어 만든다. 지역과 조리법에 따라 칼로 자르기 힘들 정도로 단단한 것부터 부드럽고 쫀득한 것까지 식감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사르데냐의 또로네 디 또나라(Torrone di Tonara)는 조금 특별하다.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설탕이나 포도당 시럽을 넣지 않고 꿀의 당분만으로 반죽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꿀과 달걀흰자, 아몬드·호두·헤이즐넛 그리고 얇은 오스티아가 주요 재료이다. 단순한 구성만큼 꿀과 견과류의 품질, 불의 세기와 오랜 시간 반죽을 저어주는 장인의 경험이 맛을 결정한다.
젠나르젠투 산자락의 또나라
또나라(Tonara)는 사르데냐 중부 누오로도에 있는 바르바자 산악마을이다. 젠나르젠투 산맥 가까이에 자리하며 해발 약 1,000m에 이르는 높은 지대의 숲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주변에서 얻는 꿀과 아몬드, 호두와 헤이즐넛은 자연스럽게 이 지역 과자의 주요 재료가 되었다. 또나라는 오늘날 ‘사르데냐 또로네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축의 목에 다는 전통 방울과 직물, 목공예로도 유명하다.
또로네 디 또나라의 생산 전통이 널리 자리 잡은 시기는 19세기 후반으로 알려져 있다. 장인들은 마을에서만 과자를 판매한 것이 아니라 사르데냐의 여러 축제와 시장을 찾아다니며 또로네를 만들고 팔았다. 이들을 통해 또나라의 이름과 과자가 섬 전역으로 알려졌다.
설탕보다 꿀이 중심이 되는 또로네
이탈리아의 많은 또로네에는 꿀과 함께 설탕이나 포도당 시럽을 넣는다. 설탕은 반죽이 빠르게 굳도록 하고 일정한 식감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전통적인 또로네 디 또나라는 꿀을 주된 감미료로 사용하며 별도의 설탕과 포도당 시럽, 설탕에 절인 과일을 넣지 않는다. 그래서 단맛이 단순하게 강하기보다 사용한 꿀의 꽃향기와 산뜻한 산미가 살아 있다.
야생화꿀을 사용하면 여러 꽃의 복합적인 향이 나고, 밤꿀을 사용하면 조금 더 짙고 쌉싸름한 맛이 더해진다. 오렌지꽃꿀이나 아르부투스꿀처럼 향이 뚜렷한 사르데냐 꿀을 사용하면 또로네의 개성도 달라진다.
아몬드를 넣은 버전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헤이즐넛과 호두, 땅콩을 넣은 종류도 있다. 최근에는 미르토나 감귤 향을 더한 제품도 만들어진다.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저어 만드는 과자
전통적으로는 ‘수 케다르주(Su cheddargiu)’라 부르는 구리솥을 벽돌 화덕인 ‘사 포레다(Sa forredda)’ 위에 올려 또로네를 만들었다.
화덕에는 천천히 타면서 연기가 적은 호랑가시나무 장작을 사용했다. 구리솥에 꿀을 넣어 서서히 데운 다음 거품 낸 달걀흰자를 더하고, 약한 불에서 여러 시간 계속 저었다. 전통적인 작업은 약 4시간에 이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묽었던 꿀이 달걀흰자와 만나 점차 불투명한 아이보리색 반죽으로 변한다. 수분이 서서히 증발하면서 반죽은 무거워지고 탄력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불이 너무 강하면 꿀이 타거나 향이 사라지고, 충분히 익히지 않으면 또로네가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다.
알맞은 농도에 도달하면 껍질을 벗겨 볶은 아몬드나 호두, 헤이즐넛을 듬뿍 넣는다. 완성된 반죽은 얇은 오스티아를 깐 나무틀에 붓고 다시 오스티아로 덮어 식힌다.
오스티아는 전분과 물로 만든 아주 얇은 식용 웨이퍼이다. 끈적한 또로네가 포장지나 손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주지만 맛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단단하기보다 부드럽고 밀도 높은 식감
또로네 디 또나라의 식감은 조리시간과 꿀, 견과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제품은 설탕으로 만든 딱딱한 누가보다 비교적 부드럽고, 지나치게 끈적이거나 고무처럼 질기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칼로 자르면 아이보리색 꿀 반죽 사이로 아몬드와 호두의 단면이 가득 나타난다. 먼저 볶은 견과류가 바삭하게 씹히고, 뒤이어 꿀의 꽃향기와 달걀흰자로 만든 부드러운 반죽이 천천히 녹는다.
상온이 높으면 꿀 성분 때문에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차갑게 보관하면 단단해져 깔끔하게 자를 수 있다. 먹기 전 냉장고에서 잠시 차게 하면 단맛도 한결 또렷하고 산뜻하게 느껴진다.
부활절 다음 날 열리는 또로네 축제
또나라에서는 매년 부활절 다음 날인 파스케타(Pasquetta)에 또로네 축제인 ‘사그라 델 또로네(Sagra del Torrone)’가 열린다.
2026년에는 45회를 맞은 이 축제에서 장인들이 또로네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시연하고, 아직 따뜻한 또로네를 방문객에게 맛보인다. 전통 방울 제작과 직조, 민속의상과 춤, 음악 공연도 함께 이어져 마을 전체가 커다란 전통문화 전시장으로 변한다.
구리솥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꿀 냄새가 골목을 채우고, 견과류를 넣은 뜨거운 또로네가 잘려 나온다. 또나라 사람들에게 또로네는 단순한 특산품이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커피와 디저트 와인에 곁들이는 방법
또로네 디 또나라는 얇고 작은 조각으로 잘라 진한 에스프레소와 함께 먹으면 좋다. 커피의 쓴맛이 꿀의 단맛을 정리하고 볶은 견과류의 고소함을 살려준다.
모스카토 디 사르데냐나 말바시아 디 보사 같은 디저트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잘게 부수어 바닐라 젤라토나 세미프레도 위에 올리면 부드러운 디저트에 바삭한 식감과 꿀 향을 더할 수 있다.
꿀과 달걀흰자, 견과류라는 단순한 재료를 몇 시간 동안 천천히 저어 완성하는 또로네 디 또나라. 이 과자에는 빠르게 단맛을 만드는 대신 기다림을 통해 꿀의 향과 질감을 끌어내던 사르데냐 산골 장인들의 시간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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