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띨리까스(Tilicas), 사르데냐의 가을을 접어 만든 마지막 돌체

corita40019 2026. 7. 24. 17:01

사르데냐 돌체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과자는 띨리까스(Tilicas)이다. 지역에 따라 틸리케(Tilicche), 티리케(Tiricche), 카스케타스(Caschettas)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이름만큼이나 모양과 속 재료도 마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아주 얇은 반죽으로 사바와 아몬드가 들어간 속을 감싸 구워낸다는 점은 대체로 같다.

띨리까스는 화려한 크림이나 장식을 사용하는 과자가 아니다. 대신 사르데냐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세몰라, 라드, 아몬드, 꿀, 사바, 감귤 껍질 같은 재료를 섬세한 손기술로 하나의 작은 과자 안에 담아낸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르데냐 돌체의 특징을 압축해 놓은 듯한 음식이다.

속을 완전히 감추지 않는 독특한 모양

띨리까스의 가장 큰 특징은 속 재료가 보이도록 윗부분을 열어 둔 형태이다.

먼저 리마치나타 세몰라와 물, 라드, 소금으로 ‘파스타 비올라다(pasta violada)’라 불리는 얇은 반죽을 만든다. 반죽을 종이처럼 얇고 길게 자른 다음, 가운데에 길쭉하게 빚은 속을 올리고 양쪽 가장자리만 세워 감싼다.

이 상태에서 반죽을 말발굽이나 초승달, 나선, 하트, 알파벳 모양으로 구부려 완성한다. 구운 뒤에도 겉면은 밝은 상아색을 유지하고, 가운데에는 짙은 갈색의 속이 그대로 드러난다. 흰 반죽과 검은 사바 속이 대비되는 모습은 띨리까스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다.

사바와 아몬드로 만드는 ‘수 피스티두’

띨리까스의 속은 흔히 ‘수 피스티두(su pistiddu)’라고 부른다. 포도즙을 천천히 졸인 사바에 굵은 세몰라와 아몬드를 넣고 끓여 되직하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말린 오렌지 껍질이나 레몬 제스트, 사프란, 꿀, 향신료 등을 더하기도 한다. 갈루라 지역의 일부 레시피에서는 커피를 조금 넣어 쌉싸름한 향을 보태기도 한다. 포도 사바가 가장 일반적이지만, 지역에 따라 선인장 열매로 만든 사바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마을에 따라 사바 대신 꿀을 사용하거나 사바와 꿀을 함께 넣기도 한다. 그러나 고소한 아몬드와 감귤 껍질의 향은 띨리까스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앞서 소개한 빠네 에 사바가 사바를 반죽 전체에 스며들게 한 빵이라면, 띨리까스는 사바를 진하고 농축된 속으로 만든다. 같은 재료가 하나는 묵직한 빵으로, 다른 하나는 섬세한 세공 과자로 완성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수확의 계절과 축제를 위한 과자

띨리까스는 사바를 만드는 포도 수확철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가을과 겨울에 많이 만들었으며, 모든 성인의 날과 위령의 날, 크리스마스, 성 안토니오 아바테 축일 등에 준비되었다.

도르갈리와 마모야다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성 안토니오 축일의 모닥불 행사와 함께 띨리까스를 나누었고, 다른 지역에서는 부활절 과자로 만들기도 했다. 특정한 한 축일에만 속한 과자라기보다는 수확과 추모, 종교 축제와 공동체의 모임을 잇는 의례 음식에 가깝다.

특히 벨비 지역의 카스케타스 디 벨비(Caschettas di Belvì)는 정교한 나선형과 장식적인 모양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과자가 마을을 건널 때마다 이름과 형태를 바꾸는 모습에서 사르데냐 방언과 지역 문화의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다.

얇고 바삭한 껍질, 진하고 쫀득한 속

잘 구운 띨리까스의 겉 반죽은 얇고 바삭하면서도 부서지기 쉽다. 반면 속은 사바와 세몰라 때문에 진득하고 쫀득하다. 처음에는 구운 곡물과 아몬드의 고소함이 느껴지고, 이어 사바의 깊은 단맛과 오렌지 껍질의 향긋한 쌉싸름함이 남는다.

설탕을 많이 사용한 현대적인 디저트와 달리 단맛이 어둡고 묵직하다. 포도즙을 오래 졸였을 때 생기는 건포도와 캐러멜 같은 풍미가 중심을 이루며, 견과류와 감귤 향이 단맛을 정돈한다.

에스프레소나 홍차와 잘 어울리고, 식후에는 모스카토 디 사르데냐나 말바시아 같은 향기로운 디저트 와인과 곁들여도 좋다.

사르데냐 돌체 여행을 마치며

띨리까스에는 사르데냐 돌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재료가 거의 모두 들어 있다. 단단한 밀로 만든 세몰라, 귀한 지방이었던 라드, 산에서 얻은 꿀, 포도 수확의 결실인 사바, 아몬드와 감귤 껍질, 그리고 한 조각씩 손으로 빚는 노동이다.

겉은 소박하지만 속에는 섬의 계절과 축제, 가족의 기억이 진하게 농축되어 있다. 그래서 띨리까스는 사르데냐 돌체 여행의 마지막으로 잘 어울린다. 입구가 열린 작은 과자 안에 사르데냐의 오래된 단맛이 고스란히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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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orita40019.tistory.com/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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