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사 빠나다(Sa panada), 반죽으로 만든 냄비에 사르데냐를 담다

corita40019 2026. 7. 24. 17:17

사르데냐 돌체 여행을 마치고 이제 길거리 음식으로 넘어간다. 첫 번째 음식은 사 빠나다(Sa panada)이다.

겉모습만 보면 뚜껑이 덮인 작은 미트파이나 엠파나다를 닮았지만, 사 빠나다는 사르데냐만의 재료와 손기술로 완성되는 전통 음식이다. 단단한 세몰라 반죽으로 바닥과 높은 벽을 만들고 그 안에 고기나 생선, 채소를 채운 뒤 반죽 뚜껑을 덮어 오븐에서 굽는다.

‘사(sa)’는 사르데냐어의 여성 단수 정관사로 이탈리아어의 ‘라(la)’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 빠나다는 하나의 빠나다를 가리키며, 복수형은 지역 방언에 따라 이스 빠나다스(is panadas) 또는 사스 빠나다스(sas panadas)라고 부른다.

음식이 아니라 작은 냄비 같은 반죽

빠나다의 반죽은 리마치나타 세몰라와 물, 소금, 라드를 치대어 만든 파스타 비올라다(pasta violada)이다. 속을 지탱해야 하므로 일반 파이 반죽보다 단단하고 질기게 반죽한다.

반죽을 원형으로 밀어 바닥과 높은 벽을 만든 뒤 속을 담고, 같은 반죽으로 만든 뚜껑을 올린다. 바닥 반죽과 뚜껑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집어 돌돌 말아가며 왕관처럼 봉합하는데, 이 장식적인 마감은 ‘사 코시두라(sa cosidura)’라고 불린다.

완성된 모습은 음식이라기보다 뚜껑이 달린 작은 항아리나 냄비에 가깝다. 아쎄미니의 큰 빠나다에서는 반죽으로 만든 뚜껑을 ‘수 크로주(su croxu)’라고도 한다. 단단한 반죽 벽은 오븐 안에서 속 재료의 수분과 향을 가두는 조리 용기가 된다. 사르데냐 관광청은 이를 고기와 생선, 채소를 담은 ‘맛있는 보물상자’로 소개한다.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다

사 빠나다의 기원을 누라게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스페인의 지배 시기에 전해진 음식으로 보기도 한다. 빵 반죽에 식재료를 넣어 밀봉한 뒤 굽는 조리법은 고대부터 지중해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에서 시작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늘날의 사 빠나다를 고유한 형태와 조리법으로 보존해 온 곳은 사르데냐이다. 그중에서도 아쎄미니(Assemini), 쿨리에리(Cuglieri), 오스키리(Oschiri)가 빠나다 전통을 대표하는 세 지역으로 꼽힌다. 세 마을의 빠나다는 모두 사르데냐 전통식품인 PAT로 인정받았다. ANSA

아쎄미니의 장어 빠나다

칼리아리에서 약 15km 떨어진 아쎄미니는 흔히 사 빠나다의 수도라고 불린다. 이곳의 빠나다는 세 지역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크며, 식탁에 올려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는 하나의 완전한 요리로 발전했다.

가장 상징적인 속 재료는 장어이다. 아쎄미니와 가까운 산타 질라(Santa Gilla) 석호에서는 오랫동안 장어잡이가 이루어졌고, 장어를 반죽 안에 넣어 익힌 ‘사 빠나다 데 앙귀다(sa panada de anguidda)’가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장어 외에도 양고기와 감자, 잠두콩, 아티초크를 사용한다. 마늘과 파슬리, 말린 토마토, 후추, 라드와 올리브오일을 넣어 향을 더한다. 반죽을 열면 뜨거운 김과 함께 생선이나 고기, 채소의 진한 향이 한꺼번에 퍼진다. 아쎄미니식 빠나다는 장어나 양고기를 사용한 전통 조리법으로 PAT에 등재되어 있다. ANSA

쿨리에리와 오스키리의 빠나다

몬티페루 지역의 쿨리에리에서는 아쎄미니보다 작은 빠나다를 만든다. 돼지고기와 송아지고기 또는 쇠고기를 중심으로 아티초크, 완두콩, 잠두콩, 올리브, 말린 토마토 등을 풍성하게 넣는다. 사프란과 육두구, 화이트와인을 사용하는 조리법도 있어 향이 복합적이다.

오스키리의 빠나다는 크기가 두 지역의 중간 정도이다. 돼지고기와 채소를 넣은 빠나다가 대표적이며, 과거에는 인근 코기나스 호수에서 잡은 장어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같은 빠나다라도 남부의 석호 지역에서는 장어와 양고기를, 산악과 농촌 지역에서는 돼지고기와 제철 채소를 사용했다. 반죽으로 만든 작은 그릇 안에 각 마을의 자연환경과 생활 방식이 그대로 담긴 셈이다.

원래부터 길거리 음식이었을까?

전통적인 아쎄미니식 빠나다는 지름이 30cm에 이르고 무게가 2kg 가까이 되는 것도 있어, 원래는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나누어 먹는 음식이었다. 종교 축일이나 마을 행사, 가족 모임에도 빠지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한 사람이 들고 먹을 수 있는 작은 빠나다가 빵집과 시장, 축제장에서 판매된다. 뚜껑으로 완전히 봉해져 속이 흐르지 않고 식어도 맛있기 때문에 길거리 음식이나 휴대용 식사로도 잘 어울린다.

따라서 사 빠나다는 전통적인 일품요리인 동시에 현대에는 사르데냐를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으로도 만날 수 있다. 크기에 따라 파이 한 조각이 아니라 한 끼 식사가 되기도 한다.

바삭한 껍질 안에 갇힌 진한 풍미

잘 구운 빠나다는 겉이 황금빛으로 바삭하지만, 버터 파이처럼 가볍게 부서지지는 않는다. 세몰라와 라드로 만든 반죽이 단단하게 속을 감싸고 있으며, 안쪽에는 고기나 생선에서 나온 육즙이 배어 조금 더 부드럽다.

속 재료는 오븐 안에서 반죽 뚜껑에 밀봉된 채 익는다. 그래서 고기와 채소의 향이 빠져나가지 않고 하나로 어우러진다. 말린 토마토와 마늘, 파슬리의 강한 풍미도 사르데냐 음식다운 인상을 남긴다.

빠나다는 손으로 들고 먹을 수도 있지만, 큰 것은 윗부분의 뚜껑을 자른 다음 속을 덜어 먹고 반죽을 나누는 것이 편하다. 양고기나 돼지고기 빠나다에는 카노나우, 장어 빠나다에는 차갑게 마신 베르멘티노를 곁들이기 좋다.

사르데냐 길거리 음식 여행은 이렇게 반죽으로 만든 작은 냄비에서 시작한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사 빠나다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사르데냐의 지방소개, 식재료와 음식 리스트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s://corita40019.tistory.com/29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