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음식 시리즈를 쓰면서 여러 종류의 빵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 사진과 이름만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갔던 음식이 하나 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바로 **티젤레(Tigelle)**다.
사실 티젤레는 내가 사는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전통 음식이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내가 처음 이탈리아에 왔을 때 먹었던 첫 외식 메뉴이기도 하다.
처음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는 남편이 아직 남자친구였던 시절이었다.
가정식으로는 시댁에서 토르텔리니를 처음 먹었고, 외식으로는 산마루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에서 티젤레를 먹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음식도 낯설고, 언어도 낯설고, 아직은 서로 조금 서먹한 사이였기에 솔직히 음식 맛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음식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은 집에서 직접 반죽해 만들어 먹을 정도가 되었다.

생각보다 만들기 쉬운 빵
많은 사람들이 티젤레를 특별한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반죽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오히려 피자 반죽과 상당히 비슷하다.
나도 집에서 피자를 자주 만들어 먹는데, 한 번 밀가루 반죽의 질감과 수분 정도를 손으로 익혀 두면 생각보다 많은 음식을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
티젤레 역시 마찬가지다.
재료는 아주 간단하다.
- 밀가루
- 물
- 소금
- 올리브유
- 리에비토(효모)
여기에 로즈마리 같은 허브를 넣으면 향이 더욱 좋아진다.

반죽을 한 뒤 충분히 발효시키고, 나무 밀대로 약 5mm 두께로 넓게 민다.
그다음 둥근 틀이나 컵을 이용해 만두피를 찍어내듯 동그랗게 자른다.

다시 한 번 발효를 거치면 두께가 약 1cm 정도로 부풀어 오른다.
이 상태에서 티젤레 전용 팬인 **티젤리에라(Tigelliera)**에 구워내면 완성이다.

모데나 산맥에서 시작된 음식
티젤레는 모데나 지방의 아펜니노 산맥 지역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쪽 산간 마을에 가 보면 티젤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당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말이면 현지 사람들로 가득 차는 곳도 많다.
원래 티젤레라는 이름은 빵 자체가 아니라 과거에 사용하던 원형의 점토 굽는 판을 의미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빵의 이름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산악 지역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음식인 셈이다.

티젤레는 무엇을 넣어 먹을까?
갓 구운 티젤레를 반으로 갈라 보면 안쪽이 비어 있어 쉽게 속재료를 넣을 수 있다.
그래서 작은 샌드위치처럼 먹는다.
가장 전통적인 조합은 **라르도(lardo)**다.
돼지 지방에 마늘과 허브를 넣어 만든 스프레드를 티젤레 안쪽에 바른 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뿌려 먹는다.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풍미가 아주 깊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
- 프로슈토
- 살라미
- 판체타
- 모르타델라
- 스트라키노 치즈
- 루콜라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 자유롭게 즐긴다.
작은 크기 덕분에 여러 종류를 조금씩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함께 나오는 것은 산의 맛
티젤레를 주문하면 보통 절임 채소도 함께 나온다.
에밀리아 로마냐 산간 지역에서 흔히 먹는 콘토르노(반찬)다.
대표적으로
- 피망 절임
- 작은 양파 절임
- 오이 절임
- 버섯 절임
등이 나온다.
짭짤한 햄과 치즈, 그리고 담백한 티젤레 사이에서 입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은 늘 누텔라
재미있는 것은 식사의 마지막이다.
햄과 치즈를 잔뜩 넣어 먹던 티젤레가 어느 순간 디저트로 변신한다.
반으로 가른 티젤레 안에 누텔라를 듬뿍 넣어 먹는 것이다.
배가 불러도 이상하게 들어간다.
그리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에밀리아 로마냐의 대표 와인 **람부르스코(Lambrusco)**다.
가벼운 탄산감과 산미가 있는 람부르스코는 티젤레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지금은 우리 집 냉동실의 단골 메뉴
지금은 한 번 만들 때 넉넉하게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한다.
먹고 싶을 때 꺼내서 데우기만 하면 되니 빵 대신 활용하기도 좋다.
재료도 단순하고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처음 이탈리아에 왔던 시절의 기억이 함께 담겨 있어 더 자주 만들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티젤레는 화려한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에밀리아 로마냐 사람들의 일상과 추억이 담긴 음식이다.
그래서 지금도 산속 식당에서 따뜻한 티젤레 한 바구니가 나오면, 처음 이탈리아에 왔던 그날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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