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에밀리아 로마냐 음식 이야기 ③ – 모데나 산지의 숨은 별미, 보를렝기

corita40019 2026. 6. 13. 03:08

에밀리아 로마냐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이 많다.

파르미자노 레지아노, 발사믹 식초, 프로슈토, 토르텔리니….

하지만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 가운데는 여행자들이 잘 모르는 숨은 별미들도 있다.

오늘 소개할 음식은 바로 **보를렝기(Borlenghi)**다.


🥞 크레프를 닮았지만 전혀 다른 음식

처음 보를렝기를 본 사람이라면 프랑스의 크레프(crepe)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입 먹어 보면 전혀 다른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보를렝기는 크레프보다 훨씬 얇고 바삭하다.

밀가루와 물을 섞어 만든 매우 묽은 반죽을 넓게 펼쳐 구운 뒤, 그 위에 파르미자노 레지아노와 라르도(lardo)를 올려 먹는 것이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다.

크기는 접시를 훌쩍 넘을 정도로 커서 작은 쟁반만 하다.

얇은 종이처럼 바삭한 식감과 치즈, 라르도의 풍미가 만나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는 맛을 만들어 낸다.

 

사진: Elena Tartaglione / CC BY-SA 4.0

 


🎪 사그라에서 만나는 보를렝기

보를렝기는 주로 모데나(Modena) 산지 지역에서 먹는 전통 음식이다.

그래서 일반 식당에서는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산골 마을에서 열리는 사그라(Sagra)나 지역 축제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보를렝기라는 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남편과 함께 모데나 산지 마을에서 열리는 사그라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했고, 호기심에 주문해 보았다.

커다란 철판 위에서 얇게 구워내는 모습도 신기했지만, 맛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바삭하고 짭조름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단순한 재료만으로도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새삼 놀라게 했다.


👩‍🍳 보를렝기 재료

보를렝기의 재료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재료 (6~8장 분량)

  • 밀가루 300g
  • 물 700~800ml
  • 소금 1작은술
  • 올리브유 1~2큰술

선택 재료

  • 달걀 1개
  • 로즈마리 약간

토핑

  • 파르미자노 레지아노
  • 라르도(lardo) 또는 판체타
  • 허브 소금 약간

🔥 보를렝기 만드는 법

① 묽은 반죽 만들기

큰 볼에 밀가루와 소금을 넣는다.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잘 섞어 준다.

보를렝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반죽이 매우 묽다는 점이다.

크레프 반죽보다도 훨씬 묽어 거의 물처럼 흐르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올리브유를 넣고 잘 섞은 뒤 최소 30분 정도 휴지시킨다.


② 팬 준비

전통적으로는 무쇠 팬이나 테라코타 팬을 사용한다.

가정에서는 일반 프라이팬으로도 충분하다.

팬을 충분히 달궈야 얇고 바삭하게 구워진다.

Photo credit: Urban38 / CC BY-SA 4.0


③ 아주 얇게 굽기

국자로 반죽을 떠 팬에 붓고 빠르게 돌려가며 넓게 펼친다.

보를렝기의 핵심은 종이처럼 얇게 굽는 것이다.

가장자리가 바삭해지고 표면이 노릇해지면 뒤집어 반대쪽도 살짝 익힌다.


④ 토핑 올리기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 파르미자노 레지아노
  • 라르도 또는 판체타
  • 허브 소금

을 올린다.

열기에 의해 치즈와 라르도가 살짝 녹으면서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 보를렝기는 어떻게 먹을까?

보를렝기는 반으로 접어 먹기도 하고, 피자처럼 잘라 먹기도 한다.

사그라에서는 보통 종이 위에 커다랗게 펼쳐서 제공한다.

여럿이 둘러앉아 손으로 찢어 나눠 먹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갓 구워 따뜻할 때 먹어야 가장 맛있다.

시간이 지나면 특유의 바삭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 모데나 산지의 맛

에밀리아 로마냐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스타와 치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네 사그라와 시장, 산지 마을을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소박한 음식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

보를렝기 역시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역 사람들의 일상과 추억이 담긴 음식이다.

그래서 여행자에게는 오히려 더 특별하게 기억되는 맛인지도 모른다.

모데나 산지를 여행하게 된다면, 유명한 발사믹 식초나 파르미자노 레지아노뿐 아니라 사그라에서 갓 구운 보를렝기도 꼭 한 번 맛보길 추천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