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따뜻한 커스터드가 흐르는 에리체의 과자, 제노베지 에리치네(Genovesi ericine)

corita40019 2026. 7. 27. 19:36

 

시칠리아 서부 트라파니에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해발 약 750m의 중세 마을 **에리체(Erice)**가 나타난다. 돌로 포장된 좁은 골목과 오래된 교회, 성벽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 전망으로 유명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제과점으로 이끄는 특별한 디저트도 있다. 바로 **제노베지 에리치네(Genovesi ericine)**다.

 

제노베지 에리치네는 부드럽고 바삭한 파스타 프롤라 반죽 사이에 레몬 향이 나는 커스터드 크림을 가득 채워 구운 과자다. 마지막에 슈거파우더를 넉넉하게 뿌리며, 갓 구워 아직 따뜻할 때 먹는 것이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다. Visit Sicily

 

둥글고 봉긋한 모양은 겉으로 보기에는 소박하지만, 반으로 가르면 노란 커스터드 크림이 부드럽게 흘러나온다. 따뜻하고 바삭한 반죽과 매끄러운 크림, 레몬의 산뜻한 향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이 과자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름은 조금 흥미롭다. ‘제노베지’는 제노바 사람들을 뜻하지만, 이 과자는 리구리아가 아니라 시칠리아 에리체의 전통 음식이다. 이름의 유래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몇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과자의 봉긋한 모양이 중세 시대 시칠리아 항구를 드나들던 제노바 선원들의 모자와 닮아 ‘제노베지’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에리체의 여성이 리구리아 출신 청년을 위해 만든 과자에 연인의 고향을 떠올리며 이름을 붙였다는 낭만적인 이야기도 있다. 정확한 역사라기보다는 과자의 독특한 이름을 설명하는 전설로 보는 것이 좋다. La Cucina Italiana

 

에리체는 한때 ‘백 개의 교회가 있는 도시’라고 불릴 만큼 많은 교회와 수도원이 있었던 곳이다. 이곳의 아몬드 과자와 마르치파네, 무스타촐리와 제노베지 등의 제과 전통도 봉쇄 수도원의 조리법에서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리체의 전통 과자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 **마리아 그람마띠꼬(Maria Grammatico)**다. 어린 시절 산 카를로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수녀들로부터 아몬드 반죽과 여러 전통 과자를 만드는 법을 배웠고, 수도원을 나온 뒤 작은 제과점을 열었다.

 

마리아 그람마띠꼬의 제과점이 유명해지면서 제노베지 에리치네도 에리체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오늘날 에리체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제노베지를 맛보는 일은 골목과 성을 둘러보는 것만큼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기본 속재료는 레몬 껍질로 향을 낸 커스터드 크림이지만 리코타를 채운 변형도 있다. 달콤한 리코타에 초콜릿 칩과 설탕절임 호박을 섞으면 더욱 시칠리아다운 진하고 풍성한 맛이 난다.

 

제노베지는 차갑게 먹는 일반적인 크림 과자와 달리 오븐에서 막 나왔을 때 특히 맛있다. 슈거파우더가 얹힌 따뜻한 반죽을 베어 물면 속의 크림이 매우 뜨거울 수 있으므로 조금 조심해야 한다.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와 곁들이면 아침 식사나 오후 간식으로 잘 어울린다.

 

화려한 장식도, 많은 종류의 견과류와 과일절임도 필요하지 않다. 따뜻한 반죽과 레몬 향 커스터드만으로 오래 기억되는 맛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노베지 에리치네가 지닌 에리체다운 소박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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