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시칠리아 돌체 여행의 마지막, 꿀 향 가득한 스핀치 디 리조(Sfinci di riso)

corita40019 2026. 7. 27. 23:32

시칠리아 돌체 시리즈의 마지막은 **스핀치 디 리조(Sfinci di riso)**다. 우유에 부드럽게 익힌 쌀을 길쭉하게 빚어 튀긴 뒤 꿀과 오렌지 향을 더하는 시칠리아식 쌀 튀김이다.

 

앞에서 소개한 **스핀차 디 산 주셉뻬(Sfincia di San Giuseppe)**와 이름은 비슷하지만, 두 음식은 모양과 재료가 전혀 다르다. 스핀차 디 산 주셉뻬가 커다란 튀김 반죽 위에 리코타 크림과 칸디티를 풍성하게 올린 팔레르모의 돌체라면, 스핀치 디 리조의 중심에는 쌀이 있다.

 

먼저 쌀을 우유과 물에 넣어 알갱이가 거의 풀어질 정도로 푹 익힌다. 식힌 쌀에 밀가루와 설탕, 이스트 또는 베이킹파우더를 섞고 계피와 오렌지 껍질로 향을 더한다. 이 반죽을 손가락처럼 가늘고 길게 만들어 노릇하게 튀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쫀득한 스핀치 디 리조가 완성된다.

 

갓 튀긴 스핀치 위에는 따뜻하게 데운 꿀을 넉넉히 뿌린다. 마지막으로 계피가루와 슈거파우더, 오렌지 껍질을 올리기도 한다.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한 겉면 안에서 부드러운 쌀알이 느껴지고, 꿀의 달콤함과 감귤 향이 천천히 퍼진다.

 

스핀치 디 리조는 주로 카타니아와 메씨나 지역에서 발달했다. 카타니아에서는 보통 크리스펠레 디 리조(Crispelle di riso) 또는 **제뽈레 디 리조(Zeppole di riso)**라고 부르며, 꿀을 듬뿍 뿌려 먹는 것이 특징이다. 메씨나에서는 **스핀초니 디 리조(Sfincioni di riso)**라고도 하며, 꿀 대신 설탕이나 슈거파우더를 뿌리는 방식이 널리 알려져 있다.

 

전승에 따르면 카타니아의 쌀 크리스펠레는 16세기경 베네딕토회 수녀들이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이 과자를 ‘베네데띠네(Benedettine)’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정확한 탄생 과정이 명확하게 기록된 것은 아니므로, 수도원에서 전해진 오래된 이야기로 이해하는 편이 좋다.

 

스핀치 디 리조는 특히 3월 19일 산 주셉뻬 축일에 즐겨 먹는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날이 아버지의 날이기도 하여, 가족이 함께 튀김 과자를 나누어 먹는 전통이 있다. 시칠리아에서는 카니발 기간에도 만들며, 시라쿠사에서는 11월 11일 산 마르티노 축일에 꿀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쌀을 이용한 돌체라는 점에서는 한국인에게도 낯설지 않다. 겉은 바삭하고 속에는 쌀 특유의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이 남아 있어, 찹쌀도넛이나 달콤한 쌀강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다만 시칠리아의 꿀과 오렌지, 계피가 더해지면서 전혀 다른 지중해의 향을 보여준다.

 

화려한 리코타 크림이나 견과류 장식 없이도, 쌀과 우유, 밀가루와 꿀만으로 충분히 특별한 돌체가 된다. 소박한 재료를 맛있는 축제 음식으로 바꾸어 낸 스핀치 디 리조는 시칠리아 돌체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아랍 문화의 흔적을 간직한 과자부터 수도원에서 발전한 돌체, 종교 축일과 가족의 기억을 담은 음식까지 시칠리아의 디저트는 단순히 달콤한 맛으로만 설명할 수 없었다. 그 마지막에 남는 것은 갓 튀긴 쌀 반죽 위로 흐르는 꿀과 오렌지의 따뜻한 향이다.

 

 

시칠리아 지방소개, 식재료와 음식리스트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s://corita40019.tistory.com/341

 

지중해 문명이 빚어낸 맛의 섬, 시칠리아 전통음식

사르데냐에 이어 이번에는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로 떠난다.시칠리아(Sicilia)는 이탈리아반도 남쪽, 지중해 한가운데에 자리한 이탈리아 최대의 섬이다. 북동쪽의 메씨나 해협을 사이에 두고

corita40019.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