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

얇은 반죽 사이로 라구자의 맛을 접어 넣은 스까차 라구자나(Scaccia ragusana)

corita40019 2026. 7. 29. 18:27

시칠리아 남동부 라구자 지방의 음식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스까차 라구자나(Scaccia ragusana)**다. 겉모습만 보면 납작한 포카차나 속을 채운 빵처럼 보이지만, 잘라 보면 얇은 반죽과 속재료가 여러 겹으로 포개진 독특한 단면이 나타난다.

스까차의 가장 큰 특징은 반죽을 두 장으로 덮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운 듀럼밀 세몰라로 만든 반죽을 종이처럼 얇게 민 뒤 토마토소스와 치즈 같은 속재료를 바르고, 긴 반죽을 책이나 편지처럼 여러 번 접어 층을 만든다. 오븐에서 구우면 얇은 반죽 사이로 속재료가 스며들면서 겉은 바삭하고 안쪽은 촉촉한 독특한 식감이 완성된다.

흔히 피자나 포카차와 비교하지만, 도톰한 빵 반죽 위에 재료를 올리는 피자와는 다르다. 페이스트리처럼 버터로 층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매우 얇은 발효 반죽을 속재료와 함께 반복해서 접어 층을 만든다는 점이 스까차 라구자나만의 특징이다.

라구자와 모디카가 함께 지켜 온 음식

스까차는 라구자뿐 아니라 모디카, 시클리와 주변 이블레이 지역 전반에서 만들어진다. 라구자와 모디카는 각각 자신들의 전통을 강조하며, 같은 지역 안에서도 모양과 속재료, 접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직사각형으로 여러 번 접는 형태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둥글게 말거나 나선형으로 만들기도 한다. 반달 모양으로 접어 가장자리를 봉한 형태도 있어 하나의 고정된 모양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집안마다 내려오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스까차의 매력이다. 라구자 지방 스까차의 다양한 형태와 축일 문화

가장 클래식한 속재료는 다음과 같다.

  • 토마토소스와 라구자노 또는 까초까발로 치즈
  • 토마토와 양파
  • 리꼬따와 양파
  • 토마토와 가지
  • 리꼬따와 쌀시챠
  • 파슬리와 치즈
  • 감자와 채소

처음에는 농가에서 빵 반죽과 제철 채소 등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소박한 재료로 만들던 음식이었다. 기원은 대체로 17세기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설명된다. 오늘날에는 라구자 지방의 빵집과 로스티체리아에서 일 년 내내 판매되지만, 전통적으로는 크리스마스이브와 연말에 가족이 함께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스까차 라구자나의 역사와 전통

카타니아의 스까차따와 무엇이 다를까?

시칠리아에는 비슷한 이름을 가진 **스까차따 카타네제(scacciata catanese)**도 있다. 두 음식 모두 얇은 빵 반죽에 속을 넣어 굽지만 형태와 구조가 다르다.

카타니아의 스까차따는 보통 아래와 위의 반죽 두 장 사이에 치즈, 안초비, 브로콜리, 감자나 쌀시챠 등을 넣은 덮개식 포카차에 가깝다. 반면 스까차 라구자나는 한 장의 얇고 긴 반죽에 속을 바르고 여러 번 접어 층층이 만든다. 잘랐을 때 라자냐처럼 얇은 층이 반복해서 보이는 것이 가장 분명한 차이다.

어떻게 먹을까?

갓 구웠을 때는 겉이 바삭하고 치즈가 부드럽게 녹아 있지만, 조금 식으면 속재료의 맛이 반죽에 고르게 배어 또 다른 매력이 생긴다. 뜨겁게만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니어서 간식과 간단한 식사, 소풍이나 도시락 음식으로도 좋다.

여러 종류를 만들어 작은 조각으로 잘라 놓으면 홈파티나 아페리티보 음식으로도 잘 어울린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족이 각자 좋아하는 속을 넣어 여러 판을 만드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음식이다.

한국에서 만들어 본다면

한국에서는 고운 듀럼밀 세몰라인 **세몰라 리마치나타(semola rimacinata)**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때는 강력분만 사용하거나 강력분과 고운 세몰라를 섞어 반죽한다. 거친 입자의 일반 세몰리나는 반죽이 찢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고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라구자노 치즈나 까초까발로는 다음과 같이 대체할 수 있다.

  • 숙성 프로볼로네
  • 피자용 모짜렐라와 파르미자노의 혼합
  • 수분이 적은 모짜렐라와 훈연 치즈
  • 순한 체더와 모짜렐라의 혼합

가장 쉽게 재현할 수 있는 조합은 되직한 토마토소스, 피자용 모짜렐라, 파르미자노와 바질이다. 토마토소스가 묽거나 생모짜렐라의 수분이 많으면 얇은 반죽이 젖어 찢어지므로 모든 속재료의 물기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식으로는 다음과 같이 응용할 수 있다.

  • 볶은 김치와 모짜렐라
  • 불고기와 버섯, 치즈
  • 시금치와 리꼬따
  • 감자와 양파, 베이컨
  • 가지와 토마토, 치즈

김치와 불고기는 국물이 남지 않도록 미리 볶아 완전히 식혀야 한다. 속을 많이 넣을수록 맛있을 것 같지만, 스까차는 얇은 반죽의 층을 즐기는 음식이므로 속재료를 얇고 고르게 바르는 편이 좋다.

평범한 빵 반죽과 소박한 속재료가 여러 번 접히면서 라구자만의 특별한 음식으로 변하는 스까차 라구자나. 화려하지 않지만 한 겹씩 드러나는 단면 속에는 시칠리아 농가의 생활과 가족의 축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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