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까르또차따 카타네제와 함께 카타니아의 따볼라 깔다(tavola calda) 진열대를 대표하는 음식이 **치뽈리나 카타네제(Cipollina catanese)**다. 이탈리아어 cipolla는 양파를 뜻하며, cipollina는 ‘작은 양파’라는 의미다. 이름처럼 이 음식의 중심에는 천천히 익혀 단맛을 끌어낸 양파가 있다.
치뽈리나는 겹겹이 결이 살아 있는 반죽에 부드럽게 볶은 양파, 토마토소스, 치즈를 넣고 네 모서리를 가운데로 모아 봉투처럼 접어 구운 카타니아식 로스티체리아 음식이다. 프로슈토 꼬또를 함께 넣는 버전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가게와 가정에 따라 햄을 넣지 않고 양파와 토마토, 치즈의 맛에 집중하기도 한다.
겉모습만 보면 일반적인 퍼프 페이스트리와 비슷하지만, 전통적인 카타니아식 치뽈리나에는 조금 다른 반죽이 사용되기도 한다. 발효시킨 로스티체리아 반죽 사이에 버터나 마가린을 넣어 접는 메짜 스폴리아(mezza sfoglia), 즉 일반 퍼프 페이스트리보다 조금 더 부드럽고 빵에 가까운 반죽이다. 덕분에 겉은 바삭하게 부서지면서도 속은 지나치게 가볍지 않고 폭신한 식감이 남는다. 치뽈리나의 전통 반죽과 조리법
까르또차따와 무엇이 다를까?
두 음식 모두 카타니아의 바에서 흔히 만나는 따볼라 깔다 음식이지만 차이는 분명하다.
- 까르또차따는 두껍고 폭신한 발효 반죽을 반달 모양으로 접는다.
- 치뽈리나는 결이 살아 있는 메짜 스폴랴를 봉투처럼 접으며, 볶은 양파가 중심이 된다.
- 까르또차따는 햄과 치즈의 맛이 두드러지고, 치뽈리나는 오래 익혀 달콤해진 양파의 풍미가 핵심이다.
치뽈리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양파를 서두르지 않고 익히는 것이다. 얇게 썬 흰 양파를 약한 불에서 천천히 볶아 매운맛을 없애고 자연스러운 단맛을 끌어낸다. 이때 양파에 물기가 지나치게 많이 남으면 페이스트리의 바닥이 축축해지므로, 촉촉하되 국물은 남지 않도록 익혀야 한다.
여기에 소량의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더하면 양파의 단맛, 토마토의 산미, 녹은 치즈의 고소함이 어우러진다. 오븐에서 갓 나온 치뽈리나는 겉이 황금빛으로 바삭하고, 안에서는 달콤한 양파와 치즈가 따뜻하게 녹아내린다.
치뽈리나는 카타니아에서 아침의 짭짤한 간식이나 간단한 점심, 오후 간식으로 즐기는 일상적인 음식이다. 작고 소박한 페이스트리 하나지만 카타니아 특유의 풍성한 따볼라 깔다 문화를 잘 보여준다.
한국에서 응용하기
정통 메짜 스폴리아를 집에서 만들려면 발효와 버터 접기를 모두 해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시판 냉동 퍼프 페이스트리를 사용하면 가장 간단하다. 정통 반죽보다 조금 더 바삭하고 가벼워지지만 치뽈리나의 기본적인 맛과 형태를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
조금 더 폭신한 식감을 원한다면 냉동 크루아상 생지를 얇게 밀어 사용하거나, 피자 반죽과 퍼프 페이스트리를 얇게 겹쳐 응용할 수도 있다.
속재료는 다음과 같이 대체한다.
- 흰 양파 → 일반 양파 또는 단맛이 좋은 햇양파
- 투마 치즈 → 수분이 적은 피자용 모짜렐라
- 프로슈토 꼬또 → 짜지 않은 슬라이스 햄
- 이탈리아 토마토소스 → 되직한 토마토 파사타 또는 피자소스
한국식으로는 볶은 양파에 불고기와 모짜렐라를 조금 넣거나, 햄 대신 베이컨을 사용할 수도 있다. 버섯과 양파, 시금치와 양파를 조합하면 고기를 넣지 않은 버전도 만들 수 있다. 매콤한 맛을 좋아한다면 볶은 양파에 청양고추를 아주 조금 더해도 좋지만, 치뽈리나 특유의 달콤한 양파 맛을 가리지 않도록 양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김치를 넣고 싶다면 양파와 함께 충분히 볶아 수분을 날린 뒤 소량만 사용한다. 김치의 맛이 강하기 때문에 토마토소스는 줄이거나 생략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치뽈리나 카타네제는 양파라는 평범한 식재료를 풍성한 한 끼로 바꾼 음식이다. 한국에서도 냉동 퍼프 페이스트리와 냉장고 속 재료를 이용하면 간식, 브런치, 도시락 또는 홈파티용 핑거푸드로 어렵지 않게 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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