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처음 보면 커다란 튀김 만두나 반달 모양의 칼초네가 떠오르는 음식이다. 실제로 삐도네 메씨네제는 얇게 민 반죽에 속재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접은 뒤 가장자리를 봉해 튀긴 메씨나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다.
메씨나에서는 ‘삐도네(Pidone)’와 ‘삐또네(Pitone)’라는 이름이 모두 사용된다. 어느 이름이 먼저였는지,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확실하게 정리된 것은 없다. 다만 삐도네가 시칠리아 전통 농식품인 PAT에 등록된 메씨나의 향토음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Pidone 개요] [이름과 전통에 관한 설명]
칼초네와 무엇이 다를까
삐도네는 모양만 보면 칼초네나 남부 이탈리아의 판제로또와 상당히 비슷하다. 그러나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식감은 제법 다르다.
칼초네가 보통 발효한 피자 반죽으로 만들어 빵처럼 폭신하고 쫄깃하다면, 전통적인 삐도네 반죽은 이스트를 넣지 않고 아주 얇게 미는 방식이 기본이다. 세몰라 리마치나타와 밀가루를 섞고 스트루또, 물, 소량의 화이트와인을 넣는 레시피도 많다.
얇게 민 반죽을 기름에 튀기면 표면에 작은 기포가 생기면서 바삭하고 가벼운 껍질이 만들어진다. 빵 속에 소를 넣은 칼초네보다는 얇고 바삭한 튀김피에 속재료를 감싼 음식에 가깝다. 다만 메씨나에서도 반죽에 이스트를 넣거나 오븐에 굽는 방식이 있어 가게와 가정에 따라 차이가 난다.
메씨나 포카차와 닮은 속재료
전통적인 속재료는 스까롤라, 투마 치즈, 안초비, 후추이다. 여기에 토마토를 넣기도 하지만 토마토 없이 만드는 경우도 많다. 정확히 하나로 규정된 공식 레시피가 있는 음식은 아니어서 반죽과 속재료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전통적인 구성]
재미있는 점은 이 조합이 포카차 메씨네제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포카차 메씨네제가 두툼한 반죽 위에 스까롤라와 투마, 안초비, 토마토를 올려 구운 음식이라면, 삐도네는 같은 메씨나의 맛을 얇은 반죽 안에 넣어 반달 모양으로 봉한 뒤 튀긴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포카차는 촉촉하고 폭신하지만 삐도네는 바삭하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반죽의 두께와 조리법만으로 전혀 다른 음식이 되는 셈이다.
삐도네의 맛
갓 튀긴 삐도네는 표면이 얇고 바삭하다. 반으로 가르면 뜨거운 투마 치즈가 부드럽게 녹아 나오고, 스까롤라의 은은한 쌉싸름함과 안초비의 짭짤한 감칠맛이 이어진다.
투마는 숙성 기간이 짧고 맛이 부드러운 시칠리아 치즈라서 안초비의 강한 염미를 둥글게 받아준다. 토마토가 들어간 삐도네에서는 여기에 산뜻한 산미와 수분이 더해진다.
크기도 제법 커서 간식이라기보다 한 끼에 가깝다. 메씨나의 로스티체리아나 피제리아에서는 아란치니, 포카차와 함께 만날 수 있는 친숙한 길거리 음식이다. 반죽을 아주 얇게 밀어야 한다는 것이 삐도네의 중요한 특징이다. [메씨나의 길거리 음식]
한국에서 응용하기
한국에서는 스까롤라와 투마를 구하기 어려우므로 비슷한 성격의 재료를 조합하면 된다.
스까롤라는 치커리와 로메인을 섞으면 쌉싸름한 맛과 아삭한 식감을 비교적 비슷하게 낼 수 있다. 얼갈이배추를 살짝 데쳐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채소의 물기를 단단히 짜야 튀길 때 반죽이 터지지 않는다.
투마는 피자용 모짜렐라에 순한 프로볼라나 어린 프로볼로네를 조금 섞어 대체할 수 있다. 모짜렐라만 사용한다면 생모짜렐라보다 수분이 적은 피자용 치즈가 알맞다.
안초비는 국물용 마른 멸치가 아니라 오일에 담긴 안초비 필레를 사용한다. 안초비와 치즈에 이미 염분이 있으므로 속재료에는 소금을 거의 넣지 않는 것이 좋다.
반죽은 강력분에 고운 듀럼 세몰라를 섞으면 바삭하면서도 잘 찢어지지 않는다. 스트루또를 구하기 어렵다면 버터나 올리브오일을 소량 넣을 수 있지만, 전통적인 바삭함에는 스트루또가 가장 잘 어울린다.
한국식으로는 다음과 같이 응용할 수 있다.
- 얼갈이배추·모짜렐라·안초비
- 버섯·시금치·리꼬따·치즈
- 물기를 볶아 없앤 김치·햄·모짜렐라
- 불고기·양파·치즈
- 부추·버섯·치즈
김치나 불고기를 사용할 때는 국물과 양념 수분을 충분히 날려야 한다. 속재료가 젖어 있으면 반죽의 접합부가 벌어지거나 뜨거운 기름 속에서 터질 수 있다.
삐도네를 맛있게 만드는 핵심은 반죽을 거의 비칠 정도로 얇게 미는 것, 속을 지나치게 많이 넣지 않는 것, 내부의 공기를 빼면서 가장자리를 단단히 봉하는 것이다. 170~175℃ 정도의 기름에서 양면이 고르게 노릇해질 때까지 튀기면 얇고 바삭한 메씨나식 삐도네를 만들 수 있다.
커다란 튀김 만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스까롤라와 투마, 안초비로 이어지는 메씨나의 맛이 들어 있다. 앞서 소개한 포카차 메씨네제가 메씨나의 맛을 펼쳐서 구운 음식이라면, 삐도네는 그 맛을 얇은 반죽 안에 접어 넣어 바삭하게 튀긴 음식이다.

시칠리아 지방소개, 식재료와 음식리스트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s://corita40019.tistory.com/341
지중해 문명이 빚어낸 맛의 섬, 시칠리아 전통음식
사르데냐에 이어 이번에는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로 떠난다.시칠리아(Sicilia)는 이탈리아반도 남쪽, 지중해 한가운데에 자리한 이탈리아 최대의 섬이다. 북동쪽의 메씨나 해협을 사이에 두고
corita40019.tistory.com
'이탈리아 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모폴레따·무풀레따(Moffoletta·Muffuletta), 참깨빵에 담긴 시칠리아의 소박한 맛 (0) | 2026.07.29 |
|---|---|
| 빠네 쿤자또(Pane cunzato), 평범한 빠니노와 무엇이 다를까 (0) | 2026.07.29 |
| 같은 포카차, 전혀 다른 얼굴|포카차 메씨네제(Focaccia messinese) (0) | 2026.07.29 |
| 얇은 반죽 사이로 라구자의 맛을 접어 넣은 스까차 라구자나(Scaccia ragusana) (0) | 2026.07.29 |
|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음식, 크리스뻴레 카타네지(Crispelle catanesi) (0) | 2026.07.29 |